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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산타할아버지를 믿는 아이들

평생 효도를 다 받은 여자

며칠 전의 일이었다. 딸아이가 내게 오더니,  지금부터 자기가 착한 일을 할 때마다, 칭찬 도장을 찍어 달라는 것이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갑자기 책을 읽기 시작하더니, 청소를 하고, 장난감을 정리한다. 그녀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산타할아버지께 착한 일을 어필하기 위함이다. 착함을 어필해야, 선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큰소리로 자기가 같고 싶은 선물을 기도했다.


반면, 이제 중학생이 되는 아들은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그리고, 큰 소리로 기도를 하지 않는다. 아들의 의중을 알 길이 없으나, 어찌 됏건 산타 선물을 준비한다.

아이들이 잠든 새벽, 트렁크에 숨겨둔 선물 포장지와 선물 상자를 가지고 올라왔다. 선물을 포장하고, 산타자루에 선물을 넣고, 창문 쪽에 선물들을 내려 두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쓴 산타할아버지 편지가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착한 일 도장이 완성된 색종이와, 초코파이 그리고 편지를 올려두었다.

"산타할아버지께

산타할아버지 제가 착한 일도 하고, 나쁜 일도 했지만, 착한 일이 더 많아요

요즘 날씨가 추운데, 이렇게 선물을 나눠주시니, 요 초코파이 드시고 추운 겨울 잘 지내세요~

산타할아버지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10#동 30#호에 사는 ㅇㅇ이가"


선물이 너무 받고 싶었나 보다. 얼른 편지와 초코파이를 치우고, 산타할아버지의 답잡을 준비했다.

산타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1년 동안 지켜본 결과,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잘 지내주어 선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썼다. 또한,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딸아이의 편지에는 초코파이가 고맙다는 말고 잊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올해는 선물이 두 개나 된다며 소리쳤다. 그리고 신나서 이모들과 고모들에게 전화로 선물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산타 할아버지 선물 마음에 들어?"

"어! 내가 지금 행복하고,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어서, 과자 선물 세트나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그걸 주셨나 모르겠어!"

"아들아!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너무 고맙다! 근데 진짜 지금 행복하고,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었어?"

"응! 이모들이 준 선물도 있고, 과자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아들의 말을 듣고 내 마음이 더 행복해졌다.


남편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얘네들은 어릴 때, 이미 평생 할 효도 다 했지~"라는 말이다.

사실,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이미 존재 만으로도 효도를 다 했기 때문이다. 맞다! 그 말이 맞는 말이다. 아이들 키우면서 부모는 어른이 되고, 행복했고, 그 추억으로 사는 게 맞는 거 같다. 오늘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 이 모습 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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