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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파스타 주간

로제 파스타 주간에 빠진 여자

딸아이는 로제 파스타를 좋아한다. 물론 로제 떡볶이도 좋아한다.

토마토의 그 신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생크림과 우유로 중화된 로제 파스타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녀가 한번 제대로 꽂히면, 며칠씩 만들 때도 있다. 이번주가 그런 주간이었다. 예전에는 토마토소스도 직접 만들었지만, 지금은 간편한 시판 소스를 이용한다. 그녀는 야채를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내용물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시판 소스가 아주 좋다.


먼저 파스타 냄비에 파스타를 삶는다. 삶을 때는 올리브유  한 바퀴를 두르고, 소금을 살짝 넣는다. 올리브유를 넣는 이유는 파스면이 서로 붙지 않게 하기 위함이고, 소금은 면수를 쓰기 때문에 살짝 간을 해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옆에서 버터 한 조각을 팬에 넣고, 얇게 채선 양파를 볶는다. 양파 처트니까지는 아니지만 최대한 오래 볶는다. 이유는 양파를 싫어하는 그녀를 위해, 양파를 최대한 감춰보기 위함과, 달달한 맛을 증폭 시 키키 위함이다. 여기에 버섯과 야채를 넣으면 좋은데, 오늘은 버섯이 없는 관계로 패스했다. 그리고 잘게 썬 베이컨과, 새우를 넣었다. 소금과 후추로 살짝 간을 해주면서 볶아준다. 어느 정도 붉은색이 올라오면, 시판 로제 파스타 소스를 넣는다. 소스가 살짝 걸쭉해지면, 파스타 냄비에서 면수를 한 국자 넣고, 체다 치즈 한 장을 넣어준다. 그러면 흐르는 정도의 적당한 파스타가 된다. 이제, 다 삶아진 파스타면을 소스에 넣고 살짝 섞으면 완성이다. 그녀는 약간 뚝배기 스타일의 파스타를 좋아한다. 국물이 자박자박하다고 해야 할까?

여기에 식빵을 바삭하게 구워서 주면, 그 국물에 식빵을 찍어서 파스타로 감싸서 먹는다. 엄마의 유전자 때문인지 먹는 건 잘 찾아서 먹는다.


오늘도 그녀가 말했다. 로제 파스타가 먹고 싶다고... 파스타의 주간이 돌아왔구나 생각했다.

그럴 줄 알고 시판 소스 여러 개를 구비해 두었다. 오늘도 역시 어제 와 같은 방법으로 파스타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는 면이 너무 익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역시나, 아빠를 담아 덜 익으면 면을 좋아하는 그녀이다.

그렇다면, 면을 어제보다 짧게 삶아서, 버터에 살짝 볶아 준다. 그리고, 퍼지지 않게 소스를 부어 주었다.

미세한 차이를 아는 그녀는 정말로 파스타를 잘 먹었다.


엄마가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 "오저 죽겠다"라는 표현 있다. 원래 오지다가 흐뭇하게 흡족하다는 뜻인데, 흡족해 죽겠다는 뜻인 거 같다. 나는 아이들이 입을 크게 벌려 무언가를 와~앙 먹을 때, 그런 표현을 쓴다. 먹고 있는 것만 봐도 너무 흐뭇하고 대견하고 사랑스러운 그런 느낌말이다. 오늘 그녀의 파스타 먹는 모습이 그러했다.


어릴 때, 딸아이는 잔병치레도 많았고, 음식도 잘 먹지 않아서 또래 보다 항상 작았다. 그래서 또래보다 몇 살은 어려 보였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딸아이가 야무지게 말을 하면 감탄하고는 했다.

"어머! 애가 몇 살인데 그렇게 말을 잘해요?"

"아~ 얘가 동안이라서 그렇지 다섯 살이면 충분히 말 잘할 나이예요~"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대식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어쨌거나, 잔병치레가 진짜 많았던 그녀였는데, 이제는 체력도 건강하고 멘털 또한 남다르다. 이렇게 건강히 잘 자라서, 맛있게 먹어주니, 그저 고맙다. 엄마는 자식 먹는 것만 보아도 배부르다. 딸아이가 커서 엄마가 해줬던 음식을 생각했을 때, 그게 엄마가 보내는 사랑과 응원 그리고 위로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딸아! 너의 존재만으로도 우리는 충만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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