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짜계치를 아시나요?

짜계치를 만들다가 옛 생각이 난 여자

학교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 소리친다.

"엄마! 나 배고파! 짜계치 만들어줘~~~"

"짜계치? 그게 뭐임?"

"짜파게티에 계란 하고, 치즈 넣어서 먹는 건데, 너무 맛있어~ 찾아보고 만들어줘~~~ 난 두 개 먹을 거야!"


빠르게 검색에 들어간다. 진짜 짜파게티에 계란프라이하고 치즈를 올린 요리다.

'그렇다면, 아주 간단히 만들 수 있지!'

평소처럼 짜파게티를 끓이고, 트러블 오일을 살짝 섞은 후에, 계란 프라이와 치즈를 올렸다.


혹시나, 먹으면서 면이 불을까 봐 1인분씩 준비해 그릇에 담았다.

자리에 앉아서 먹으려면 아들이 말한다.

"엄마! 계란 프라이는 반숙으로 해야 하는데..."

"엄마도 그 생각을 했는데, 네가 반숙을 안 먹으니깐 완숙으로 했지!"

"이거는 치즈랑 섞여야 돼서 반숙으로 해야 해! 그래도 고마워~ 잘 먹을게 엄마~~!"


아들은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한 그릇을 마시고 난 후, 두 번째 그릇을 단숨에 해치웠다.

그리고는 잘 먹었다며, 설거지 통에 그릇을 내려놓았다. 흡족한 얼굴을 보니, 내 마음도 덩달아 흡족해진다.


어릴 때,  아들은 정말 먹는 것을 힘들어했다. 밥이 너무 맛이 없다며, 밥그릇을 앞에 두고 실랑이를 했다. 아들은 밥알의 식감이 별로라며 삼키기를 힘들어했고, 나는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이유식도 제대로 먹지 않아, 분유에서 밥으로 넘어갔는데, 밥도 힘들어해서 한참을 고생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모습은 온 데 간데없고, 너무 많이 먹어서 걱정이다. 게다가 본인이 잘 먹는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는 듯하다. 여전히, 입맛이 예민해서 비싸고 좋은 것에 많이 반응하기는 하지만,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면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면, 일이 해결되고,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돼서 그런 말이 있는 거 같다. 게임에서 수많은 퀘스트를 깨다 보면, 어느새 능력자의 위치에 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짜계치 두 그릇을 뚝딱한 아들을 보며, 지난 일들이 스쳐 지난 간다. 아들에게 고맙다. 엄마라는 경험을 하게 해 줘서... 그리고 그 경험으로 어른이 되는 거 같아서...




작가의 이전글 검은콩장의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