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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콩장의 추억

검은콩장으로 시아버님이 생각난 여자

엄마가 농사지은 검은콩을 한가득 주셨다. 엄마는 농사를 지어서 판매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년 기업적 영농 수준의 많은 양의 작물들을 생산해 낸다. 그중에는 순전히 우리 집을 주기 위해 하는 농작물도 있다. 시아버님 갔다 드리라고 농사지으셨던 건데, 시댁에서 사랑받으라는 일종의 모성애이다.

녹두, 토란, 검은콩이 대표적이다.


시아버님은 검은콩을 뻥튀기처럼 튀긴 검은콩 튀김과, 검은콩장을 좋아하셨다. 맛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치아가 좋지 않으신 아버님이 검은콩을 즐 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물론 블랙푸드임으로 건강에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늘은 오랜만에 검은콩장을 만들기로 했다. 엄마가 많은 양의 검은콩을 주시기도 했지만, 최근 친정부모님도 치아가 별로 좋지 않으시기 때문에, 만들어 드리기로 했다.


우리 집 검은콩장은 일단, 엄청나게 오랜 시간 불려야 한다. 보통 하루 이상 검은콩을 담가둔다. 하루 지나면 검은콩에서 하얀 커 품이 올라오는데, 이 성분이 사포닌 이어서 쓴맛을 낸다고 한다. 그래서 수시로 최대한 걸려준다. 작은 검은콩이 강낭콩만큼 부풀러 오르면, 이제 끓일 준비를 하면 된다.


불린 검은콩을 팬에 붓고, 작은 다시마조각을 두 장 넣는다. 가쓰오 부시가 있으면 가쓰오 부시를 넣으면 좋은데, 오늘은 없는 관계로 가쓰오 간장을 넣었다. 그리고 한 시간가량 뭉근하게 끓여준다. 이렇게 오래 끓이면, 삶은 콩과 같은 느낌이 된다. 이것이 우리 콩장의 특징이다. 콩장을 끓이다 보면, 거품이 계속 올라는 오는데, 틈틈이 걸러주어야 쓴맛이 없다. 거의 완성될 즈음에, 올리고당을 한 바퀴 두르고, 깨소금과 참기를 넣으면 검은콩찜 같은 검은콩장이 완성이 된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만들기에는 쉬운 반찬이다.


따끈하게 끓어오른 검은콩장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먹었다. 오래 익혀 부드러운면서 깊고, 다시마의 짭조름하면서 올리고당의 달큼한 맛이 난다. 시아버님이 좋아하셨던 그 맛 그대로인데, 드릴 시아버님은 안 계신다. 곁에 계신다면, 엄청 좋아하셨을 것 같다.

분명히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아~~ 잘 먹었다~~" 하셨을 것 같다.

음식이라는 게 어떨 때는 추억으로 먹는 거 같다. 먹다가 보면 그 사람이 생각나 추억에 잠기고, 그 사람이 생각나 애틋하고 그립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친정부모님께 검은콩장을 배달 가야겠다. 임플란트 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께서 아주 좋아하실 것 같다. 오늘도 조금만 하고 싶었는데... 역시나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은 조금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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