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사투리 매력에 빠진 여자
글로 성장 연구소 오프 모임 때의 일이었다. 오랜만에 서울역을 나간 나는, 중간에 환승 구간을 지나쳐, 약속시간 보다 한참 늦게 도착했다. 대부분 지방에서 오신 분들이였는데, 제일 가까운 내가 늦었다.
모임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신나게 인사하고, 빈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서로 별거 아닌 이야기를 정말 별거스럽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경청하고 서로 말하는 티키타카가 너무 좋은 분들이다.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옆에 계신 분께 경상도 사투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저는요 옛날에 경상도 사투리 중에 신기했던 게, '맞아요' 였어요. 제가 회사에서 어떤 설명을 하는데, 상대방이 맞아요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게 맞는 게 아니라, 틀린 거예요라고 했더니 상대방이 당황해했어요 그때는 맞아요가 호응 어구인지를 몰랐어요~"
그러자 옆에서 말씀하셨다.
"그럼 혹시 주리 주라는 아세요?
"주리를 줘요? 주리를 틀라는 건가? 그게 뭐예요?"
"그건 잔돈 주라는 이야기예요"
"어머머! 정말 몰랐어요~"
그러다가 여러 가지 사투리에 대한 이야기 나왔다.
"그러면 은다 라고 아세요?"
"은다요?"
"이거는 약간 하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안된다 그런 뜻이요"
"어머나, 세상에 신기해요~ 저는 옛날에 아리께라는 말도 신기했어요~ 저는 그냥 예전에를 아리께로 통용한 건 줄 알았는데, 그게 그저께라는 사투리더라고요"
그러다가, 내가 헷갈리는 사투리를 하나다 물어보았다.
"그 꾸미고 나왔다가 꼬롬하다인가? 맞나요?"
"아 그거는 아마 깔롱 부리다가 헷갈리셨나 봐요 꼬롬하는 뭔가 약간 속을 알 수 없는 응큼한 사람을 말해요"
하마터면 어디 가서 경상도 사투리 안답시고, 설치다가 큰 화를 입을 뻔했다.
그런데, 듣다가 보니, 사투리가 너무 정감 있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예전에 톡방에서 뽈뽈하다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단어도 재미있었다. 처음 단어를 들었을대, 뭔가 열심히 찾아다니는 느낌이 귀여웠는데, 찾아보니, 행동이 날래다는 뜻이었다. 그 뒤부터 나는 뽈뽈하다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됐다. 사투리가 참 정겹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길에 다른 분께 경상도 사투리 강의가 열렸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그분께서 서울말은 참 다정하는 말을 하셨다. 그래서 내가 언뜻 글에서 읽었던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 작가님! 진짜 누구야! 밥 먹었어? 그러면 나랑 사귀자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드셨어요?"
그러자 작가님이,
"어 맞아요! 사귀자까지는 아닌데, 왜 이렇게 나한테 다정하게 말하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라고 하셨다.
"어마마마! 진짜요?"
나는 서울말이 다정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반응이 약간 흥미로웠다.
사투리를 배우다 보니, 그 속에 느낀 감정도 이해되는 기분이라, 친밀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 모임 때에도 새로운 사투를 또 많이 배워야겠다. 오프 모임이 자주 생겨서 더 친밀해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