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함께하는 독서모임이 있는데, 오늘은 그 모임 송년회가 있는 날이다.
전에 살던 동네에, 학교 학부모 동아리에 처음 가입하여 시작하게 된 책 모임을 이사 간 후에도 계속하고 있다. 원래는 오프 모임이 이였지만, 중간에 코로나가 생기는 바람에, 줌으로 한 두 번 만나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격주로 줌에서 모인다.
오늘은 연말이라서 모인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연말 파티가 되었다.
모임원 중에 한 분이 작업실로 쓰시는 공간이 있는데, 그곳의 우리의 아지트이다. 자연스럽게 오프 모임은 그곳에서 하게 되었고, 누가 말하지 않아도 포트럭 파티처럼 각자 먹을 것을 가지고 온다.
아침에 일어나서 감기 기운이 심해서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 막히는 길을 뚫고 모임장소에 도착했더니, 이미 한상이 차려져 있었다. 마들렌, 호두파이, 조각케이크, 떡, 귤 그리고 내가 사간 호두과자까지 정말 포트럭파티가 맞았다. 내가 들어서니, 격하게 환영을 해주신다. 다들 한결같이 변한 없이 마음 따뜻하신 분들이다.
오늘 모임의 책은 내가 좋아하는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 라는 책이었다. 이번 책지기는 내가 아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면 할 말도 많아지고, 기분이 좋다. 우리는 차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책과 우리의 경험으로 이야기했다. 역시나, 오늘도 제대로 된 수다 한판이 벌어진다. 사실은 내가 제일 수다쟁이다.
어찌나 말을 하고 싶은지, 이 이야기에 끼고 저 이야기에 끼고, 돌아오는 길에 엄청 후회했다.
아마도 내가 제일 못하는 일이, 음식 조금 만드는 일과, 조금만 말하고 듣기만 하는 일일 것이다.
독서모임에서 다루는 책들은 정말 다양하다. 문학, 정치, 경제 등의 주제를 정해서 베스트셀러 책을 읽기도 하고, 돌아가면서 책 지기를 정해서 각자 자기가 읽고 싶은 책들을 추천해서 읽는다. 예전에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들 책 한 권, 아이들 책 한 권씩 추천해서 읽기도 했다. 또 회장을 맡고 계신 분의 열정으로 독서모임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어서, 지원금으로 강의도 듣고, 책도 구입할 수 있었다.
이 모임에 가장 큰 장점은 적당한 거리감과 꾸준함에 있다. 육아문제에서 시작해서 여러 가지 사회 현상에 대해서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공유하고, 친밀하지만 그렇다고 선을 넘지는 않는다. 또, 6년간 대부분의 모임원들이 모두 책을 읽고, 모두 줌에서 만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 모임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