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입학식에서 설렌 여자
신학기 시작하는 첫날인 오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다. 아직 순둥순둥한 어린아이 같은데, 중학생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그저 대견하고 기특하고 고마울 뿐이다.
어젯밤 아들에게 물었다.
"얘기 들어 보니까, 중학생은 입학식 잘 안 간다고 하던데? 엄마 아빠가 가야 해?"
"응! 그래도 와줘!"
귀찮은 듯했지만, 와달라는 아들의 말이 내심 고마웠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간신히 먹을 심각김밥을 준비했다. 남편이 아들이 입을 와이셔츠와 타이를 매만져 주었다. 어색한 듯 방을 왔다 갔다 하는 아들의 모습이 귀엽다. 웃고는 있지만, 내심 떨리는 거 같다.
학교로 가는 차 안에서 말한다.
"엄마 아빠도 처음에 되게 떨렸는데,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더라고. 잘해야 한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지켜보고 온다고 생각해!"
아들을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보니, 다들 교복 재킷을 입고 등교하는 모습이 보였다. 추울까 봐 교복 재킷을 입지 말고, 안에 와이셔츠 조끼만 입고 패딩을 입혔는데, 아들이 놀라서 말한다.
"엄마! 아무래도 쟈켓 있어야 할 것 같아! 안 입은 사람이 없어!"
"난 추울까 봐 그랬지! 그러면 잠깐 있어봐 다시 챙겨서 가자!"
둘째를 내려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빠르게, 쟈켓만 챙겨서 학교로 향했다.
입구에서는 신입생들이 학교이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들에게 함께 찍자고 했더니, 긴장한 듯한 아들이 그러지 말자고 간곡히 말한다.
입구 지도해 주는 선생님께 오늘 입학하는 신입생인데 어디로 가야 하냐고 했더니, 1학년은 5층으로 가라고 했다. 그러면 학부모는 강당으로 가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강당을 알려주셨다.
그런데, 선생님의 눈빛이 약간 혼란해 보였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강당으로 올라갔다.
아뿔싸! 학부모는 아무도 없고, 준비하시는 선생님들만 계셨다.
놀란 내가 지나가시는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오늘 입학식 몇 시에 하나요?"
"9시 10분이요!"
"학부모는 여기에 있으면 되는 건가요?"
"네! 맞아요 일찍 오셨네요!"
"아! 아이랑 같이 오느라구요"
입학식 20분 전까지 입장한 학부모는 내가 유일했다. 순간 유난하게 보이는 건 아닐까 고민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아무도 없을 줄을 상상도 못 했다. 어색한 나는 다시 내려와 주차하고 돌아오는 남편을 기다렸다. 그리고 올라가려는데, 1학년 학생들이 강당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기다렸다가 아들 이름을 부르며, 소리쳤다.
아들은 못 본 척 빠르게 강당으로 올라갔다.
쑥스럽기도 했지만, 여전히 긴장한 듯한 얼굴이다.
강당에 학생들과 선생님들로 가득 채워질 때쯤 학부모 몇 분이 오셨다.커플이 온건 우리 집 밖에 없었다.
이윽고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이 장시간 이어지고, 담임 선생님 소개가 있었다.
아들의 담임 선생님은 올해 처음 부임하신 남자 선생님이셨다. 여태껏 남선생님이 담임을 하신 적이 없었기 분명 아들이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선생님은 인상도 좋으셨다.
그렇게, 1시간가량의 입학식이 끝나고, 극성 학부모로 비칠까 우리 부부는 제일 먼저 계단을 내려왔다.
입학식 가면서 걱정을 많이 했더랬다. 이제 중학생인데, 아들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많이 떨렸다. 그런데, 막상 잘 적응하는 아들을 보니, 괜한 걱정이었구나 싶었다. 누군가 중학생 3년은 완전히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더 이상 내려놓을 게 없을 거 같은데, 더 내려놔야 하는 건가 했는데,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무탈하게 자라서 중학교에 입학해준 건 만으로 대견하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졸업하고 30년 만에 찾은 중학교에서 다시 한번 깨달음을 얻고, 걱정이 앞으로의 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바뀌었다.
"아들아! 잘하지 않아도 된다! 너는 이미 평생 할 효도를 다 했다! 너의 존재 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빛났다! 쉽지 않더라도 조금씩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