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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고

많이 먹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하는 K- 며느리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탕국을 만들었다. 탕국은 가족들 보양식으로 자주 해 먹는 음식이다.

갈비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갈비뼈까지 삶으면 시간이 오래 걸려 오늘은 갈비뼈를 뺀 소고기만 넣은 탕국을 만들었다.

계절이 바뀌는 절기에는 반드시 해 먹는 음식인데, 진한 갈비탕 한 그릇을 먹으면,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퍼져 땀이 흐르고 그로 인해 가슴이 시원해진다. 그러면 새로운 절기를 맞이할 기운이 솟아 나는 듯하다.     

돌아가신 아버님께서는 탕국을 엄청나게 좋아하셨다. 진하게 끓여낸 육수에 밥을 말아, 야들야들하게 삶아진 고기를 고명으로 얹어, 한 숟가락 크게 떠드시고는, 단숨에 국물을 그릇째 들이키셨다. 다 드시고 나신 후에는, ‘아~잘 먹었다.’ 하시면서 수고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오늘은 아이들을 위해서 끓였는데, 자꾸만 아버님 생각이 났다.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아버님을 위해 만들었던 음식을 하다 보면 가끔 공허해질 때 가 있다.


아버님과는 음식에 관해 일화가 많은데 탕국을 끓이니, 갈비탕 먹으러 갔을 때 일이 생각난다.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갈비탕을 먹으러 송추로 가던 길이었다. 지병이 있으셨던 아버님의 유일한 외출은 외식이었다. 거동도 불편하셔서 여행도 갈 수가 없었기에, 바람도 쐴 겸 해서 시간 날 때마다 조금 멀리 외식을 하러 갔다.     

한창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뒷좌석에서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태주야! 우리가 명랑이를 지켜줘야 해!"

"엥?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명랑이가 문화재도 아니고 명랑이를 왜 지켜줘요?"

(명랑이는 신혼 초에 아버님께서 나를 부르시던 애칭이었다. )

"지난번에 보니까 그 큰 왕갈비를 명랑이가 한 그릇 다 먹더라!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으면 놀랄 수도 있으니 우리가 괜찮다 괜찮다 하고 지켜줘야 해"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에이! 명랑이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내가 아버님께 말씀드렸다.

"아버님~~!! 저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그럴 시간에 한 그릇 더 먹어야죠.

 오늘도 갈비탕 특대로 완뚝 할거에요~"

"아빠! 명랑이는 맨날 먹기 전에 많이 먹을 거라고 다짐하고 시작해요~"

아버님께서 눈을 찡끗하시며 웃으셨다.


그랬다. 아버님은 시집와서 매년 커지는 며느리가 걱정되면서도, 많이 먹는 게 나쁜 건 아니라고 괜찮다고 주눅 들지 말았으면 하셨던 것 같다. 그것이 아버님만의 애정 표현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다행히 명랑이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아버님의 유지 잘 받들며 살고 있다. 가끔은 아버님과 외식하러 가던 그 길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바로 어제의 일 같은데,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아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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