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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데이트

아들과 운동화를 사러 간 여자

아들과 운동화를 사러 갔다.

중학생이 된 아들은 요즘 학교에서 하는 축구에 빠져있다. 매일매일 정신없이 축구를 하다 보니, 입은 지 한 달 만에 체육복에 구멍이 났고, 무릎은 맨날 까져 상처 투성이고,  새로 산 하얀 운동화는 이미 그 색을 잃은 지 오래다. 열심히 축구하는 건 좋은데, 너무 많이 땀을 흘리다 보니, 양말과 운동화가 처참했다. 양말은 그냥 세탁기에 돌리면 그 냄새가 안 빠져  애벌빨래를 해야 하고, 운동화는 매주 빨아주는데, 그래도 냄새를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운동화 앞쪽에 공이 닿는 부분이 색이 바래져 검은색 줄이 생겼다. 이 참에, 운동화를 하나 더 사기로 했다. 그런데, 이 운동화를 고르는게 생각보다 고려할 사항이 많았다.

그냥 축구화를 사면 미끄럽지 않고 좋지만, 평상시에 사용하면 바닥이 다 닿기 때문에 축구화를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또, 우리가 신는 운동화는 보통 매쉬 원단인데, 이 원단은 축구를 하다 보면 금방 닿기 때문에 자주 사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죽으로 된 테니스화 같은 운동화는 상당히 무거워 뛰기가 어렵다고 한다.


순간, 지금 이러고 있는 게 맞는가 싶었다. 중학교생이 공부에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축구를 하기 위해 운동화에 이렇게 에너지를 쓰는 것이 맞는가 싶었다. 그래도 아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고, 골키퍼로서의 긍지가 대단하니, 아들을 응원하기로 한다.


매장에서 여러 가지 운동화를 신어 보았다. 색이 어두우면서, 바닥면이 미끄럽지 않아야 하고, 신고 벗기가 편하고, 쿠션감이 있는 적당한 운동화를 찾아야 했다.  운동화를 신을 때 아들의 발이 너무 축축할까 봐 미리 양말도 챙겨갔다. 브랜드 별로 맞는 사이즈가 달라 여러 번 신고 벗어야 했다.


그러다 아들이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신고, 환하게 웃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 어릴 적 모습과 겹쳐졌다.

'맞아! 우리 아들 이렇게 해맑게 웃었는데...'

즐거운 아들의 얼굴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너무 열심히 운동화를 골랐던 탓인지, 배가 출출해졌고, 그 마트에서 유명한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아들은 쌀국수에 같이 나온 닭다리를 집어 들고, 맛있게 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아들과 데이트를 했다. 친구가 중요해지는 시기이다 보니, 앞으로 몇 번 더 이런 소중한 날이 남았을까 싶어 오늘을 맘껏 즐기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남편이 주문한 무릎 보호대가 도착했다. 아들이 다치지 않고, 즐겁게 축구하기 바라는 우리 부부만의 응원이 도착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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