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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꽃박람회를 다녀온 여자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매년 꽃 박람회가 열린다.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나는 꽃박람회에 그다지 큰 감흥이 없다. 매년 열리기도 하고, 처음 열릴 때부터 갔고, 학교 소풍은 언제나 꽃 박람회였기 때문에 꽃 들이 아무리 화려해도 크게 감동받지 않았다.


박람회 근처를 산책하다가, 이번에는 친정 부모님과 함께 하면 어떨까 싶었다. 친정 부모님도 자주 다니셨지만, 우리와 함께 간 적은 없었다. 마침 언니가 근로자의 날 다른 일정이 없다고 하길래,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다.

다행히 아침부터 날씨가 너무 좋았다.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한다. 티켓팅을 하고, 제일 먼저 입구에 놓인 꽃등고래가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다. 시민 참여 공공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지구환경 정원이라는 이름이 참 마음에 든 곳이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자연 학습원과 한국의 정원이었다. 호수 주변으로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길을 거닐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지만, 그 또한 박람회의 매력이다. 곳곳에 포토존이 있어 사람들이 줄을 섰다. 우리도 곳곳에 줄을 지어 사진을 찍었다.


엄마는 꽃을 보자마자 핸드폰을 집어 들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잘 찍히지 않아 한참을 핸드폰을 쳐다보는데, 언니가 옆에서 사진 찍는 법을 알려주었다. 엄마는 신이 나서 계속 예쁜 꽃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딸아이는 꽃사이에서 포즈를 취하면서 어느 게 꽃인지 맞춰 보라고 했다.

나태주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그다음으로 우리가 도착한 곳은 텃밭 정원이었다. 여러 가지 텃밭 식물들 모종이 심어져 있었다. 작고 귀여운 모종을 보는데 언니가 뒤에서 말했다.


"우리도 이렇게 조금만 해서 한쪽만 농사 지면 얼마나 좋아!"

맞다. 너무 귀여운 토란 모종을 보고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왜냐하면 엄마가 키우는 토란은 토란대가 사람키만큼 자라는데, 이렇게 작은 토란 모종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음으로 우리가 이동한 곳은 장미원이었다. 장미원에 들어서자마자 화려한 장미꽃만큼 화려한 꽃 향기가 났다. 장미원 전체가 하나의 큰 부케 같았다. 조금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더운 날씨에 지친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했다. 다리가 너무 아프고, 재미가 없다고 빨리 나가자고 보채기 시작했다.


천천히 걸으며 사진도 많이 찍고 싶었지만, 역시 어린이에게는 공원은 너무 컸던 것 같다. 틈틈이 부모님이 잘 오시는지를 체크하면서 광장을 나왔다. 갑자기 마무리가 되는 듯했지만, 나는 엄마 아빠를 안으며 말했다.


" 이렇게 엄마랑 아빠랑 같이 걸으니까 너무 좋다! 많이 걸어서 힘들어도 좋다!"


자주 가서 시시 하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과 함께 하니, 꽃 박람회가 의미가 있어졌다.

오늘도 소소하지만, 즐거운 추억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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