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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3 그녀가 만들어준 노오란 볶음밥

딸이 만들어준 볶음밥 덕분에 충만한 여자

"엄마! 오늘 저녁은 내가 만들어줄게!"

대문을 열고, 나의 그녀가 뛰어 들어오면서 말했다.

"엥? 갑자기?"

하교하면서부터, 집에 가서 만들려고 생각했다고 한다.

요즘 그녀가 심취해 있는 요리유튜브에 볶음밥 요리가 나왔나 보다.


몇 시간 후, 저녁 그녀는 나에게 빨리 밥을 하라고 말한다.

"저기 있잖아. 찬밥이 있는데 굳이 밥을 또 해야 할까?"

"아우 참! 방금 한 밥으로 만들어야 맛있지! 엄마는 그것도 몰라?"

그녀의 한마디에 내 요리 인생이 부정당한 느낌이다.

뭐라고 훈수를 두고 싶었지만, 아주 신난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 잔소리를 멈췄다.


그녀는 계속해서 나에게 질문을 쏟아부었다.

"엄마! 우리 집에 다진 마늘이 있나?"

"엄마! 참기름은 어디 있지?"

"엄마! 이 닭가슴살 엄청 얼었는데, 어떻게 자르지?"

이쯤 되면, 볶음밥은 내가 만든다고 봐야 하지만, 그녀의 신난 뒷모습을 보니, 시키는 대로 하기로 한다.


나는 마늘을 까서 다지고, 닭가슴살을 해동하여 자르고, 조리도구를 세팅했다.

심지어 그녀는 인덕션 키는 법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신난 뒷모습을 보니, 안 해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그녀는 작은 그릇에, 간장, 다진 마늘, 참기를 비벼서 소스를 만들었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내가 썰어놓은 닭가슴살을 볶았다.

내가 갓 지어낸 밥을 프라이팬에 넣었다.

열심히 휘젓기 시작한 그녀는 계란 3개를 프라이팬에 깨어서 넣었다.

재빠르게 비비기 시작하더니, 소스를 부었다.

마지막으로 깨소금을 뿌렸다.

예쁜 그릇을 찾아 예쁘게 담아 주었다.

노란 볶음밥이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나는 크게 한 입을 떠서 먹었다.

'어마마 세상에나 마상에나'

그녀의 요리는 생각보다 맛있고, 훌륭했다.

다진 마늘이 닭가슴살의 비린내를 잡아주었고, 프라이팬에 휘젓은 계란이 적당히 익어 촉촉했다.

참기름을 넉넉히 넣어서 풍성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나는 너무 놀라서, 이거 너무 맛있다며 극찬을 했다.

소스를 어떻게 만든 거냐며 그녀에게 비법을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내게 말했다.

"원래 요리비법은 알려주지 않지만... 연두하고 다진 마늘을 잘 섞어야 해!"


그녀의 진지한 표정이 수셰프 같았다.

순간 그녀의 태명이 생각났다.

장금이

그냥 성이 장 씨여서 우연히 지은 태명이 놀랍도록 선견지명이 아니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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