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큰언니와 함께 영화 보러 가겠냐는 연락이었다.
단번에 오케이를 한 나는 남편에게 영화를 보러 오겠다고 했다.
그러자 남편이 자기도 그 영화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넷이서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갔다.
작년에 헤어질 결심 이후에 1년 만이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영화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키오스크며, 매점이며, 테이블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잠시 후, 영화과 시작하고, 나는 단 시간에 영화에 몰입되었다.
사실 나는 이런 아포칼립스류의 영화를 잘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영화를 보면 깊게 빠져들기 때문에, 인류 멸망 후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힘들 때가 있다.
멸망 후에는 필연적으로 본능만 남는 이야기가 반듯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기심, 폭력성, 새로운 권력관계, 인간의 본성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나? 대략 그런 것들 말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우리 사회의 단면을 아주 잘 보여준다.
아파트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자리를 잡게 되었고, 어떤 의미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부촌과 빈촌을 나누고, 아파트가 새로운 명함이 되고, 새로운 신분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내 가족을 지키고자 남을 내치는 집단 이기주의,
권력이 탄생하고, 권력을 휘두르면서 변해가는 욕망,
놀랍도록 지금의 우리를 닮아있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놀라울 수밖에 없다.
연기력으로는 아무도 그를 깔 수 없다는 이병헌!
외유내강의 박보영!
정말 오랜만에 잘 만든 한국 영화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