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날씨가 어둡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다. 정여사의 치과 방문을 위해, 바쁘게 집을 나선다. 역시나 주차장을 나가자마자, 비가 내린다. 천천히 와이퍼를 댕겨본다. 얇은 빗방울 점점 굵어진다. 자유로를 열심히 밟는다. 동네만 돌아다니다가, 자유로를 밝으니, 약간 긴장은 되지만, 신나게 속도를 내본다. 운전할 때, 항시 브레이크 위에 발이 올라가야 한다고는 하지만, 나는 액셀로 속도를 조절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그 버릇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운전은 참 익숙해지지 않는다. 항상 긴장하게 된다. 다들 처음 할 때는 재미있다고 하는데, 나는 스트레스다. 어쨌든, 무사히 자유로를 빠져나와, 정여사를 태우고, 치과로 간다.
대충 주차를 하고,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서 공사 중 안내문이 보인다.
'맞다! 엘리베이터 교체 작업으로 엘리베이터 못 탄다고 했지! 근데 한 달이나 하는 거였어?!'
수술의 여파로 아직 몸이 회복 중인 정여사를 달래며, 계단을 오른다.
"여사님~~ 운동하신다고 생각하시고 천천히 오르셔요~~! 예전에는 이런 거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많이 힘드시죠?? 쉬엄쉬엄 가십니다~~!!"
피식하면서, 정여사가 웃는다! 드디어, 4층 치과에 도착한다.
치과에 들어서자마자, 친절한 실장님께서 힘드시지는 않으셨냐? 괜찮으시냐?를 연신 묻는다.
그러면서, 원래 오늘은 임플란트 나사에 치아 모형만 고정하려고 했는데, 자주 오시기 힘드시니, 틀니 틀까지 만들고 가시자고 한다. 엘리베이터 공사를 한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정여사가 걱정되었다고 했다. 큰 수술을 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중이라, 제대로 먹지도 못해 체력이 약해질 데로 약해진 정여사가 매주 계단을 오르기 힘드니, 중간 공정을 몇 단계 줄여준 것이다.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미리 그런 부분까지 신경 써준 거다. 어찌 이리 환자를 생각하는 병원이 있을 수가 있나? 참으로 고맙다.
잠시 후, 정여사는 진료실에 들어가고, 나는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실장님께서 또 오셔서 말씀하신다. 혹시라도 다음에 계단을 오르기가 힘드시면, 이 건물이 기계 주차가 가능해서 옥상으로 올 수가 있는데, 사전에 주차장과 이야기를 해 놓았으니, 도착 전에 연락을 주면 실장님께서 나와주신다고 한다.(노후된 건물이라, 나름의 체계가 있는 듯하다.) 옥상에 주차하면, 치과까지 몇 계단만 내려오면 되기 때문에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하신다. 고객 감동이란 게 이런 걸까?
그동안 갔던 수많은 병원에서 받아보지 못한 감동이라, 고맙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어찌 보면 작은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 개개인의 자세한 사정을 알고 봐주는 개인 병원은 극히 드물다. 진료만 하기에 빠듯하고, 자신들의 잘못도 아닌데, 미안하다고 하면서 까지 다른 대비책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진료를 마친 정여사를 부축하며, 쉬엄쉬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