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라이트 델리

미국 뉴욕 맨해튼의 극장가인 브로드웨이 44가의 ‘스타라이트(Starlite) 델리’라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파는 가게가 있다. 1984년부터 개업을 해, 무려 39년 동안 브로웨이 배우들과 지역 주민들의 식사를 책임지던 곳이라고 한다. 스타라이트 델리의 사장님은 81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신 한인 이민 1세대 이시다. 그 지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지역의 명소라고 한다. 그런 스타라이트 델리가 높은 임대료와 사장님의 체력적 한계로 지난 5월에 폐업했다고 한다. 지역 신문에서는 "뉴욕 역사의 한 장이 커튼 뒤로 사라진다”라는 표현을 하며, 뉴스에 보도했고, 허름한 샌드위치 가게의 폐업 사실이 뉴스에까지 실린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폐업하던 날,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들과 관계자들이 와서 그동안의 노고와 감사한 마음을 담아 '어디선가 다시 만나요'라는 노래를 불러주었고, 기금을 모아 달했다고 한다. 굿바이라는 말대신 어디선가 다시 만나요 라는 배우식의 인사라고 한다.

그날의 은퇴식장면은 우리나라 뉴스에도 보도가 되었다. 나는 그 인터뷰에서 처음 스타라이트 델리의 소식을 접했다. 감동적인 장면이었고, 다들 눈물을 흘렸다. 사장님은 은퇴식에서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내가 집중했던 건 사장님의 39년간의 삶이었다. 처음 미국으로 왔을 때는 청과 마트에서 일했고, 돈이 없어서 5명이 침대가 3개 있는 방을 썼다고 한다. 3명은 주간에 일하고 2명은 야간에 일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하루 14시간을 일했다고 하셨다. 2000년대 이후에는 경기가 좋지 않아, 1월 1일 하루만 빼고, 하루도 쉬지 않으셨다고 했다. 대량의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밤을 새워서라도 정해진 시간을 맞추셨다고 한다. 사장님에게는 한 가지 원칙이 있으셨는데, 샌드위치를 만들면서 고객에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고, 친구들한테 준다는 생각으로 만드셨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더 정성껏 만들게 되었다고 했고, 지역주민과 더욱 친근해졌다고 했다. 또,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노숙자가 많이 생겼는데, 커피와 샌드위치를 무료로 나눠주고 식당의 자리를 내어주셨다고 했다. 갑자기 해고를 당한 친구에게는 무료로 샌드위치와 수프를 포장해 주고, 단골 배우인 친구들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열량과 글루텐을 제한하는 샌드위치를 포장해 주고, 40여 년간 매일 찾아오는 친구에게는 매년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요리를 따로 만들어 나누어 주셔다고 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친구들 지내다 보니, 우정을 넘은 깊은 유대가 있어 보였다.


은퇴 후에, 사장님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늦잠을 자는 것이라고 했다. 늘 잠이 부족했기 때문에 가게를 하는 동안 아침까지 자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지금도 4시 반이면 눈이 떠진다고 하셨다. 그동안은 가게를 하면서, 여행을 한 번도 제대로 간 적이 없었는데, 이제 여행도 가고, 영어도 배우며 남은 인생을 여유롭게 보내고 싶다고 하셨다. 덤덤하게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시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그동안의 연륜과 내공이 느껴졌다.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았지만,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삶에 감사하며, 자신의 일을 해나간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직면하고, 그것을 감수하고 이겨낸 사람만이 온전히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스타라이트 델리 사장님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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