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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Aug 12. 2019

한여름밤의 시간여행

여름을 좋아합니다. 

여름에 즐겨하는 일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빈도가 높은 것은 늦은 저녁,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에 가는 일입니다.

여름밤의 편안함과 24시 카페의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새벽이 되도록 잠들지 않고 같은 공간에 깨어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전혀 다른 세상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이런 일은 일종의 시간여행이 아닐까 하고 상상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곤히 잠들어 아침을 향해 시간이 흐르고 있다면,

이쪽은 잠들지 않은 채로 새벽을 부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을 두고 비교하자면 다음 날 아침을 맞이하는 방식이 판이하게 다르지요.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 한다면,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쪽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끔 새벽을 즐기며 부유해 보는 것도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을 다니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늦은 시간에 자주 카페를 방문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 날에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실감을 강렬하게 느끼고 싶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카페 외에도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장소가 한 가지 더 있는데요,

그곳은 편의점입니다.(물론 24시간 운영)

편의점은 근무하시는 분이 화장실을 가지 않는 이상 운영이 멈추는 일이 없는 곳이지요.

마찬가지로 새벽에 맥주라던지 먹을거리를 사러 가게 되면 24시 카페에 들어섰을 때와 같은 기분입니다.

언제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왠지 모를 안도감도 있고요.

가득 충전이 되어있는 스마트 폰이나 노트북 같기도 하군요.

이런 사소한 일로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껴서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해당 장소를 나오면서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그림. 홍슬기

마치 밋밋한 일상을 헤쳐나갈 영감과 활력을 여행을 통해 얻는 것처럼 말이죠.

병역의무를 마쳐보신 분이라면 조금은 공감할지도 모를 전역 후 "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어"와 비슷합니다.

그다지 오래 지속되지는 않습니다만 굉장한 활력을 얻게 되지요.

엉뚱하게 보실지도 모르겠지만 24시 카페나 편의점 문을 나와 집으로 돌아갈 때면 삶에 대한 활력을

조금 얻어가는 기분입니다. 

이 정도의 일로 시간여행을 한다느니 활력을 얻어간다느니 하면 이상하게 보실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쯤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깊어가는 여름밤, 시간여행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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