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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Aug 08. 2019

길 위의 오지선다

우리는 길을 걸으면서 많은 사람들과 지나칩니다.

때로는 발걸음이 맞닿아 부딪히기도 하고요.

좁은 보도블록 위에 올라섰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하는 곳까지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도착하는 것입니다.

걷기만 하는데도 참 별난 생각을 다 한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길을 걸으면서 사람들과 몸을 부딪히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 의식의 흐름은 어느새 '마주오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기 게임'으로 흘러갔습니다.

게임의 룰은 간단합니다. 게임의 상대라고 인식했을 때, 다섯 가지 행동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직진, 좌회전, 우회전, 후진 그리고 정지 이렇게 다섯 가지입니다.

게임의 상대는 다양합니다.

달려오는 초등학생, 수레를 끄는 사람, 택배기사, 3인 이상의 여고생 무리, 스마트 폰을 보며 걷는 남자 등등

아주 다양합니다. 한적한 시간에는 단판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특정 시간대와 특정 장소에 가면 도착지점까지

쉼 없이 게임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도착지점까지 가는 내내 굉장히 집중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게임의 상대 중에 '달려오는 초등학생'이 있는데, 이 상대는 저에게 높은 확률로 패배를 안겨주는 상대입니다.

그림. 홍슬기


달려오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데다 좌우 이동이 상당히 변칙적이어서 늘 몸을 부딪혀서 패배하고 맙니다.

게다가 상대의 보호자가 함께 있다면 패배 후에 싸늘한 눈빛은 덤.

'3인 이상의 여고생 무리'는 상대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워낙 무리의 집결력이 강력해서 여간해서는 피할 수도 없고, 피하려 하지도 않고, 

그들은 무언가에 늘 집중하고 있어서 애초에 이쪽을 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3인 이상의 여고생 무리'를 만났을 때에는 정지, 후진 또는 게임 이탈을 합니다.

정지, 후진 이라고는 했지만 이들을 만나면 거의 게임 이탈을 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한 해가 지날수록 여고생이라는 존재가 두려워지는군요. 

이렇게 하루에도 수많은 게임에 임하다 보면 이 게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과 

어딘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여기서 생기는 다양한 상황과 

그에 맞는 대처법을 배워나가는 일들을 생각하면 턱을 괴고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커피를 한 잔 하러 나가야겠습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어쩌면 삶에 딸려오는 미니게임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중에서도 어쩌면 저와 길 위에서 만났을 수도 있겠지요.

한 게임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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