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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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화요일,
늦잠이 일상이 돼버린 이숭이.
에어컨을 안 켜고 자러 갔는데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밤새 돌아가던 선풍기도 어느새 꺼져 있었다. 대구 날씨는 매일매일 겪으면 겪을수록 대단한 것 같다. 그때마다 놀라운 사실.. 추위도 더위도 못 참는 내가 대구에 살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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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오늘도 목공꿈나무.
납기일을 맞춰야 한다며 서둘러 슥샥슥샥 드르륵드르륵거린다. 뭔가 잘 안되고 있는지 끙끙거렸다. 새삼 손으로 직접 만드는 장인들의 노고와 정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당장 내 곁에서 정말 열심히 만드는 남편을 보면, 대단하고 고맙고 존경스럽고 짠...하고... 응? 어쨌든 멋진 사람이 내 남편이다! 파팅파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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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을 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택배를 부치고 부디 안전하게 도착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우리는 오랜만에 시내를 나갔다. 둘 만의 추억이 깃든 장소 삼덕동. 흐린 날씨라도 맛만 좋은 치즈돈까스랑 스테키동. 오늘도 깨끗이 비운다. 골목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앙코르 카페에 가서 비엔나 한 잔을 마셨다. 크림이 맛있어서 허덕거리다 옷에 커피를 쏟았다. 얼룩덜룩 커피 얼룩. 하.. 그래도 맛있다... 귀여운 시바견 앙꼬가 있어서 내 정신을 쏙 빼앗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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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오나보다.
강풍에 나무들이 헤드뱅잉을 하고 있다. 비도 내리기 시작했다. 비 때문에 목공 작업이 더뎌질까 걱정을 하던 남편은 베란다에서 자리를 펼쳤다. 계속 시도해보고 새로운 걸 찍어보고 실패하고 마음에 드는 걸 만나기까지 꼬박 반나절 이상은 걸린 것 같다. 나무를 자르고 사포질까지 다 계산하면 며칠 더 플러스.. 나는 팥쥐처럼 책 읽고 낮잠을 한 시간을 잤지만 콩쥐 남편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노동의 현장을 마주하고 있었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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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가득했던 하루.
내가 좋아하는 아도르 작가님이 책을 냈다. 그리고 한정판으로 먼저 책을 받아보게 되는 영광을 얻었고, 외출 후에 단번에 읽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글씨처럼 날카로운 듯 감성적인 글귀에 매료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피아노 선생님인 내 친구가 동률님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해줬다. 클래식처럼 잔잔하게 흘러가는 ‘여름의 끝자락’을 들으며 그저 감사하고 기분 좋은 순간을 한 가득 느꼈다. 이번 여름휴가는 이렇게 보통날이 가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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