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싹싹하진 않아도 충분히 잘 하고 있습니다

나와 당신, 우리, 청춘에게 보내는 글

by 이숭이


싹싹하진 않아도 충분히 잘 하고 있습니다. 이현진 작가, 프로작북스(2019.08.06)
싹싹하진 않아도 좋아하는 건 진짜 잘 한다고 어필하는 작가님 :)
대학에 가기만 하면 다 된다고 했지
그 이후 시작되는 '본격적으로 책임지는 삶'에 대해, ‘수습하는 삶'에 대해 그 누구도 제대로 설명해 준 사람이 없었다.



책 한 권이 집으로 왔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 아도르 작가님의 책이 한여름에 나왔다.

그녀를 닮은 뜨겁고 강렬한 보라색 책 한 권이 내 손에 쥐어져 있다.

책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그녀의 솔직하다 못해 통쾌한 글 솜씨, 시원시원한 캘리그라피가 인상적이다. 그녀를 닮은 글과 글씨에 책에 담겨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는 천하무적, 항상 파이팅 넘치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남 모르게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상처 받으면서 부단히 자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해왔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늘 상냥했고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사람 바이 사람이었던 것일까?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SNS로 응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상대가 가지고 있을 땐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보다는 상대의 재능을 부러워하면서 대단하게 생각해왔다. 각자 좋아하고 잘하는 영역이 있을 테니 나는 내 것을 찾아가면 된다. 괜한 에너지를 쏟아가며 따라 하고 좇아가기보다는 그 능력을 칭찬하고 응원하는데 힘을 쏟았다. 내게 그녀가 그랬다. 진심을 담아 응원을 하게 되는 사람. 뭘 하든 잘 해낼 것임을 알기에 긍정적인 기운을 자주 주고받는 우리였다.


여름휴가가 시작되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모습을 글과 곁들어가면서 읽어본다.

내 인생은 열아홉, 고3에 집중되어 있었다. 대학교가 목표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공부와 시험에 요령이 없는 사람이었다. 차라리 쿨하기라도 했으면 책을 덮었을 텐데. 침대에 누워서 하고 싶은 걸 했을텐데.. 책상 앞에만 잘 앉아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대학교를 갔고, 밤새 놀고 벼락치기와 과제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프롤로그처럼 '대학에 가기만 하면 다 된다고 했지 그 이후 시작되는 본격적으로 책임지는 삶에 대해, 수습하는 삶에 대해 그 누구도 제대로 설명해 준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한 회사에 들어갔고 초년생은 곳곳에 있는 모서리에 부딪혔다. 상사의 말이면 다 따라야 하는 줄 알았다. 부당한 지시, 존중하지 않는 말도 들었어야 했다. 나 말고도 다들 어렸고, 여려서 정면돌파를 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꽤 오랫동안 힘들어하면서도 나는 퇴사를 못 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직을 여러 번이나 했다고 한다. 퇴사하는 용기에 다시 한번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남의 돈 벌기 정말 힘들다'는 말도 입 밖으로 자주 나왔다.

대신 사회생활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일찍 겪었고, '여기도 버텼는데 다른 곳에서 못 버틸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퇴사도 용기가 필요했기에, 겁쟁이 쫄보는 행동하지 못했다. 대신 퇴사는 못해도 견뎌내는 맷집, 인내심을 키웠다. 그리고 웃으면서도 거절을 하고, 할 말을 할 수 있는 때가 왔다. 내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치고 나서야 나를 돌아보고 보호하게 된 것이다. 이때 작가님 책을 만났더라면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대로 퇴사하러 갔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것이 사람 사는 인생이던가. 태풍이 불던 곳도 잠잠해지고 평화를 찾았다. 파란만장한 회사 라이프는 7년 넘게 이어갔고, 함께 으쌰으쌰 일하는 동료들과 멋진 상사들도 만났다. 때론 뜻하지 않게 회사를 그만두기도 한다는 것. 나는 주부가 되었다.


이 책은 초년생, 또는 회사에서 또는 어딘가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나 같은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주는 책인 것 같다. 굳이 그곳에서 버티려고만, 참아내려고만 하지 말라고, 벗어나도 괜찮다고, 탈출해도 괜찮다고 묵묵히 응원해주고 토닥거려주는 글이랄까. 행복을 다른 데에서 찾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라고 진심 어린 충고,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힘들면 힘든 대로 나를 충분히 위로해주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자고. 오늘은 회사원도 아닌, 주부도 아닌, 그냥 한 인간으로서 나를 들여다보고 싶은 날이다.




사랑이 너무 지치고 힘들면 나는 그 사랑이 물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다 그만두고 싶었다. 행복이라는 단어 또한 나는 이제 좀 지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인지, 고민해보고 걱정도 해보고 찾고 찾다 보니 질려버렸다.
행복하지 않은 채로 그냥 행복을 포기했다.



살다 보면 지쳐서 허우적대기만 하다가 '구깃', 그런 자신이 싫어서 '구깃', 그렇게 불안해서 '구깃', 불안한 마음에 내 갈 길 아닌 길 가면서 '구깃', 그러다 넘어져서 '구깃',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자신이 미워서 '구깃'.
온통 구겨질 일 투성이다.



그녀를 닮은 그녀의 글씨들.

글을 읽기 전에 맛보기처럼 보여주는 굵직굵직한 내용.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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