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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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월요일,
꿈속의 나비가 나인지, 내가 나비인지 모르겠다.
오늘이 일요일인지, 월요일인지, 내가 월요일인지... 휴가의 후유증. 현실이 찾아왔다. 남편은 알람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챙겨서 회사로 향했다. 아, 월요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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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하게 자고 일어났다.
일단 씻고 세탁기를 돌렸다. 옷이랑 밀린 빨래를 한 번 씻겨내고, 이불도 빨았다. 엄마가 여름 되면 사용하라고 주신 통영누비이불. 노랗고 빨갛다. 침대에 깔자마자 나이가 훅 올라가는 느낌. 예쁘긴 한데 집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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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연락을 받고 오후에는 잠시 외출을 했다.
마그넷 택배를 부치고 바로 컴백홈. 나무 그늘길을 따라 택배회사에 다녀오는 그 짧은 시간이 좋다. 날은 더워도 싱그러운 느낌, 초록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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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나서 혼자 영화를 안 봤는데 오늘은 영화가 보고 싶어 졌다. 시국이 시국이지만... 잔잔한 정서를 느끼기 좋은 ‘카모메 식당’을 재생시켰다. 커피와 시나몬롤빵 냄새가 코 끝에 스치는 느낌. 요리를 하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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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퇴근이 늦어졌다.
혼자서 컴퓨타를 켜놓고 아도르작가님 책 ‘싹싹하진 않아도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서평을 했다. 풋내기, 초년생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글들, 퇴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쫄보 이숭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던 날, 가족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겪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들, 함께 웃고 우는 날들, 나와 내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등.. 짧지만 많은 기억들이 다녀갔다. 그녀의 문체가 강렬하고 강해 보일 지라도 내겐 세상 따뜻한 아도르 작가님의 출판을 축하하는 이숭이의 글이...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위로와 응원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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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입에 아로니아 몇 알을 넣어준다.
이내 내 입에도 아로니아가 들어왔다. 둘 다 목구멍이 꽉 막힐 듯 깔깔하지만, 눈이 좋아진다는 생각에 꾹 참고 먹는다. 이랑 혀가 새까매진 빙구 포인트는 덤. 그리고 포도 두 송이를 쉬지 않고 먹는 남편. 포도 마니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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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춤하던 내게 불을 지피는 순간이 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일단 가자.
렛츠고. 렛츠고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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