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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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 금요일,
월요일 같은 금요일이라니.
중간에 한 번 쉬어주면 이리 좋다. 쉬는 수요일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목요일은 더 좋구나. 오예 오예. 주말이 코 앞에 있어 신난 이숭이 하루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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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했나 보다.
겨우 일기를 다 쓰고 자기 전에 누우려던 순간 폰을 떨어뜨렸다. 금이 갔다. 액정필름에 금이 간 것 같은데 화면일지도 모른다. 남편은 이미 잠이 꿈나라로 떠났다. 내일 일어나면 바로 검사받아야지. 그리고 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원하게 잠들었다. 누비이불... 뻣뻣해서 이불에 폭 감기는 느낌은 없지만... 뭔가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이 뭔지는 아직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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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액정보호 필름에 금이 간 것이었다.
아, 다행이다. 그때부터 파괴지왕의 하루를 미리 눈치챘어야 했는데.. 설거지하다가 찔렸는지 베였는지 피를 봤다. 좀 따갑기는 한데 일단 자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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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많이 자고 일어났다.
맞다. 이번 주 내내 잘 잔 이숭이였다. 빨래랑 수건을 개다가 땀 뻘뻘 흘려서 씻고 나왔다. 수건을 널다가 옷걸이는 바닥에 열개는 내팽개쳐졌다. 마음을 가다듬고 줍는다. 어느새 평화가 찾아온 이숭이는 다림질도, 고무나무한테 칭찬도, 영어공부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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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잘 생각은 없었지만 침대에 몸이 닿아 있다. 잠들 수밖에 없었다.. 눈을 떠보니 밥 시간이 훌쩍 지나 남편은 퇴근을 했다. ‘오늘까지만 외식을 하자’며 달콤한 말들로 남편을 꼬드겼다. 밖에서 만나기로 하고는 나갈 준비를 한다. 옷장 옷걸이가 이상하게 걸려 있어서 까치발까지 들고 내리다가... 나무 옷걸이가 내 얼굴 위에 정통으로 떨어졌다. 별이 반짝. 아찔. 내 코!!! 코뼈가 부러진 줄 알고 콧대를 만져보고 코를 만져본다. 피도 안 나고 부러지지 않은 것 같다. 빨간 코뼈로 식당에서 남편을 만났다. 찡찡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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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리냉면이랑 계란볶음밥을 먹었다.
오늘도 맛있게 먹고 나서, 디저트까지 생각하는 우리. 레몬 케이크를 사러 간다. 하마터면 카페에 앉을 뻔했지만 이성을 붙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둘이서 유튜브 보면서 홈트레이닝 시작. 오늘은 첫날이니까 가볍게 몸을 풀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데도 몸치 박치는 허우적허우적거렸다. 그래도 둘이서 함께 하니까 20분이 금방 지났고, 저녁에 먹은 냉면이랑 볶음밥 칼로리를 폭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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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디저트를 먹어볼까.
남편이 커피를 내리고 나는 케이크를 접시에 옮겨 담았다. 이제 예쁘게 차린 걸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그것만 하면 되는데... 정성껏 내린 커피가루는 바닥으로 와르르르르 와장창. 아니 철퍼덕 소리가 났다. 똥인지 개미인지 벌레인지 커피인지 모를 비주얼이 바닥에 있다. 둘이서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고는 갑자기 바닥을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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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디저트를 먹었다.
오늘은 영화 ‘청년 경찰’을 보면서 커피 한 모금, 케이크 한 조각을 맛봤다. 그래 이 맛이지. 냠냠냠. 박서준과 강하늘 둘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잘 어울렸다. 원칙과 절차 때문에 일처리가 늦어지는 상황과 시스템이 답답할 뿐. 늘어지도록 좋은 금요일 밤, 지독하게 덥던 여름날도 이 밤도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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