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3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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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토요일,
집 곳곳에 널브러진 짐들을 이 상자 저 상자에 다 넣고 나니 새벽 두 시가 넘었다. 일기도 써야 하는데 일일이 다 적을 체력이 없어서 휘리릭 쓰고 겨우 맺음을 짓는다. 오전 운동을 시작으로 다음 날 새벽까지 무리하게 서 있었더니 발바닥이 아파왔다. 불이 꺼진 방 침대에 누워있는데 그 순간 참 조용하고 편하다. 그러다 남편도 나도 급속도로 잠의 세계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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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루는 아침 8시.
큰 수레, 작은 수레가 넘칠정도의 행사 짐, 배낭, 빈 그릇들과 과일을 싣고 통영으로 향했다. 엄마아빠랑 넷이서 밥을 먹고 오후엔 잠깐 휴식시간을 가진다. 못 끝냈던 포장도 마저 하고 알록달록 스티커에 덕숭이 그림을 채웠다. 중간중간에 ‘우리 파이팅’을 계속 외치면서 오늘 잘해보자며 마음을 굳게 먹는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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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
해가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더위에 취약하디 취약한 이숭이는 땀에 절고 땀냄새에 취했다. 야외 마켓은 처음이지만, 한 번 해봤다고 각자 역할분담을 해가며 빈 테이블과 우리 자리를 조금씩 채워나갔다. 소꿉장 밤편지x이숭이월드 오픈.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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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가 되기도 전에 이미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우리 부스도 예외는 아니였으니. 호기심 많은 꼬마들도 떡메랑 그립톡을 아는 어린이들도, 친구나 가족과 함께 온 분들도 이숭이월드에 애정을 퐁퐁퐁 보내준다. ‘귀엽다’, ‘예쁘다’는 칭찬도 해주는 멋쟁이들 덕분에 우리 두 사람은 더 신나게 인사를 하고 ‘감사합니다’도 징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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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통영이라서 지인들도 많이 왔다.
직장동료들, 동호회 사람들, 친구들, 클래스 사람들, sns 친구들, 우리가족 등 우리 부스에 직접 얼굴도장을 찍었다. 여러모로 감동이었던 건 우리를 보며 무한한 응원과 선물을 건네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경산에서 우리를 보러 온 남편 친구 부부는 주스랑 디저트랑 스탠드 조명을, 클래스 수강생은 이온음료를, 봉사 인연으로 만난 분들은 아이스커피를, 귀염둥이는 꽃 선물을, 동호회 사람은 오란다를, 밈커피는 달달한 머핀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우리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복 받은 사람이었다. 감사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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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사라지고 금세 어둑어둑해졌다.
주황색 랜턴과 빛들이 한 데 어우러져 따뜻하고 예뻤던 소꿉장. 이 곳에 우리가 있다니.. 더워서 지쳐도, 배가 고파도, 피곤해도 행복지수는 500점을 찍었다. 그만큼 나는 재미있었고 즐거웠고 행복했다. 8월의 마지막 날, 여름의 끝자락을 내사랑 통영에서 보내게 되어 참 감사하다. 훗날 꺼내어 보고 또 돌아볼 소꿉장 밤편지의 기억. 나의 예쁜 추억 서랍장에 잘 넣어둬야지. 소꿉장 만세만세. 내 사람들 만세만세. 우리남편 만세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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