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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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을 돌아보며,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었던 한 달이었다.
늘어질 대로 늘어졌었고, 늦잠을 달고 살았다. 나태해져 버린, 그런 내가 싫어 생각이나 행동으로 움직였던 날들의 연속.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들어갔다 나온 날들이랄까. 반성과 다짐, 자괴감과 성취감의 반복들. 돌아보니 행복했었던 8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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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왜 안해>
7월 말은 서울에 가는 일정, 8월은 우리의 여름휴가와 요가학원의 방학/공사라는 공식적인 명분을 가지면서 자연스레 운동을 쉬었다. 아니, 놓아버렸다. 나름대로 주 3회, 4회씩 가던 루틴도 저 멀리 안녕. 잘 먹고 잘 놀면서 쉬었지만, 운동을 빼먹는 은근한 찔림때문에 100% 편하지만은 않았던 이숭이. 그래도 어느 날부터 남편이랑 유튜브를 보면서 홈트레이닝 20분을 했던 걸로 위안을 삼았다. 다시 화이팅해보자 이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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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미션 클리어>
길고 길었던 영어 연설문 공부를 끝냈다.
공부를 했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성과는 없다.(요가도 마찬가지.. 더 뻣뻣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 뿐..) 그냥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붙잡고 있는 것이다. 5월 1일, 처음에 책을 펼쳤을 때 막막했던 연설문. 단어도 생소하고 어려워서 그냥 읽어보는 것도 벅찼는데 그냥 꾸준히 하루 한 장씩 넘겼더니 어느새 책을 덮는 날이 왔다. 유명인의 영어 연설문 10개를 알게 돼서 좋았고, 그날의 나에게 인생조언을 해주는 멘토가 생긴 것 같아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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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내시경>
건강검진을 하게 됐다.
처음 해보는 대장 내시경. 아무리 수면상태라고 해도, 받아들이기까지 꽤 긴장을 했고 과정 또한 험난했다. 시간을 맞춰 약물을 마시고 속을 비워내기까지... 화장실 스무 번의 기억들.. 엄마랑 번갈아가며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던 혼돈의 카오스. 어우 아찔해라.. 그래도 위와 대장이 괜찮다는 결과를 듣고 나서야 그 고통도 싹 다 잊혀졌다. 대장내시경을 해보고 나서야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았다.(허세 이숭이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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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그리고 문화생활>
이번 여름휴가의 목표는 멀리 가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지내기였다. 목공 작업을 하고 책이나 읽고 쉬기로 했지만, 첫날부터 실패. 남편 친구들의 방문으로 흥청망청 음주가무를 즐겼다. 부어라 마셔라는 기본, 먹어라 또 먹어라는 필수옵션이었다. 그러다 곧 우리에게 평화가 찾아왔다. 주방도 휴가를 맞이해서 밖에서 음식을 사 먹고, 목공 작업도, 독서, 영화, 카페 데이트도 했다. 그렇게 해서 한 달 동안 본 영화는 17편, 읽은 책은 6권, 남해 김민철 작가님 북토크, 동률님의 새 앨범 ‘여름 끝자락’으로 문화생활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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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장, 첫 야외 마켓>
7월 서울 일러스트레이션페어 행사 이후로 또 하나의 일정이 생겼다. 그건 바로 통영 소꿉장 마켓에 참가하게 된 것. 하지만 야외는 처음이라 끝없는 고민이 시작됐다. 테이블부터 세팅 방법, 수량 등등 뭐 이리 결정이 어려운지 당일 새벽까지 머리를 쥐어 싸맸다. 그리고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짐 한가득 싣고 통영에 다녀왔다. 세심히 준비해준 운영진들 덕분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반짝였던 셀러들 덕분에, 이숭이를 위해 달려와준 나의 사람들 덕분에, 그냥 발걸음을 해주셨던 그 모든 분들 덕분에 잘 끝냈다. 걱정과는 달리 순조롭게, 즐겁게 즐겼던 4시간. 지난달 세상에 첫 발을 딛고 또다시 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다짐을 해본다. 8월, 소꿉장, 밤편지, 낭만,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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