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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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일요일,
남편은 바닥에 등이 닿는 동시에 잠이 들었다.
눕자마자 자는 사람은 이런 모습이겠지. 옆에서 쌔근쌔근 소리를 벗 삼아 하루를 기록했다. 소꿉장에서 느낀 그때 그 감정, 머릿속에 그려지는 분위기나 색깔, 주고받았던 대화들, 모든 것을 다 기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훗날 생생하게 기억하진 못하더라도 조금이나마 그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자음 모음을 열심히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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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 반에 다리를 뻗었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를 만큼 금세 곯아떨어졌다. 아침 8시 반, 평소 주말에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에 일어났다. 거제 오빠집에 놀러 갔다. 괜히 한 번 바닥에 드러누워 보고 집 곳곳을 구경했다. 아빠가 부르는 사위 호칭은 ‘이박사’. 그의 손길이 닿는 곳엔 시원한 해답이 있었다. 공구를 들고 다니며 고쳐주는 맥가이버 이박사. 아빠의 퀘스트를 성실히, 200% 달성해서 뚝딱뚝딱 재능에 신뢰를 얻었다. 다섯 명이서 한정식을 먹고, 과일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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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낮잠을 잤다.
오늘도 엄마는 우리를 위해 반찬과 국, 양파즙을 한가득 챙겨주셨다. 우리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드는 아빠를 뒤로 한채 대구로 향했다. 그러나 두 참새는 방앗간1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들렀다. 밈 카페에 가서 카페인을 채우는 참새 두 마리. 어제 처음 마켓에 참가한 마켓 초보들의 경험담, 무용담을 나눴다. 분명한 건, 지나고 보니 그 마켓은 우리를 참 즐겁고 행복하게 했다고 했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을 할 수 있었다. 감사하고 고마운 인연, 밈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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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기 전에 대구에 도착해야만 한다.
곳곳에 막히는 구간이 있어 진주 방향으로 돌아서, 국도를 타고 왔다. 다행히 점점 날씨는 좋아졌고 대구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그쳤다. 참새가 좋아하는 방앗간2. 햄버거 유혹에 이끌려 맥도날드에 들어와서 세트를 시켰다. 나는 빅맥, 남편은 슈슈버거. 와구와구 햄버거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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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쌓아간 짐들을 다시 집에 들고 왔다.
남편은 부지런히 짐을 정리하고 가방도 깨끗하게 비웠다. 갑자기 필 받은 이숭이는 냉동실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8월 한 달 동안 쓴 가스 사용량도 기입했고, 8월을 돌아보는 정산 글을 적었다. 글을 쓰다가 추억여행을 떠나 한동안 감성이 터져버렸다. 너무 빨리 지나버린 것 같아 시원섭섭한 한여름. 소리 없이 떠나간 8월, 조용히 시작된 9월. 도전과 희망이 가득한 9월이 되기를. 잔잔한 보통날이 쌓이기를. 웃는 우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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