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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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목요일,
오늘은 우리 남편이 태어난 날이다.
이숭이의 하루 목표는 남편 생일 100번 축하해주기. 생각날 때마다 눈에 띌 때마다 ‘생일 축하해’를 외쳐줄 생각이다. 안 까먹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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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경기도 출장을 떠났다.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서는 그에게 조심히 다녀오라고, 저녁에 맛있는 거 먹자고,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까만 백팩을 메고 빠른 걸음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어느새 까만 점이 되었고 내 시야에서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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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118일 차.
2등으로 도착해서 앉고 싶은 자리를 잡았다. 제일 왼쪽 두 번 째줄에 앉았지만, 아무도 맨 앞에 앉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맨 앞이었다. 요일마다 이유와 핑계, 마음가짐이 다 다르다. 목요일은 강도가 세서 파이팅하지 않으면 넉다운해버릴 것 같아서 속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연결 동작을 좋아하는 선생님, 늘 새로운 동작을 알려주는 선생님 덕분에 여전히 낯선 요가 시간이었다. 감당이 안 되는 땀 때문에 KO 당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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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끝나고 바로 마트에 갔다.
그리고 시장에 가서 과일, 야채를 사 왔다. 샤인 머스캣을 권하는 사장님과 한 박스를 사기엔 비싸고 양이 많아서 고민을 하는 이숭이. 둘이서 한 알씩 사이좋게 나눠먹고는 장바구니에 담았다. 생일이라고 했더니 천 원을 깎아주시는 센스까지. 케이크를 들고 집으로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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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쨍쨍해서 빨래를 돌렸다.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씻고 나와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씻는 동안 팥을 불리고, 미역, 찹쌀을 불렸다. 시금치랑 콩나물, 도라지나물을 무치고 미역국도 끓였다. 시간이 부족해서 더 차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얼추 해낸 것 같다. 요리꿈나무의 큰 발전.. 이제는 내가 생일상을 차린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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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한 송이를 사고 남편을 마중 나갔다.
더위에, 장거리 출장에 지친 남편을 데리고 집에 온다. 어쩌다 보니 둘 다 저녁밥이 첫 끼였다. 생일 노래를 돌림노래처럼 부르고, 내 맘대로 우쿨렐레 연주를 하고 허겁지겁 밥을 는다. 막걸리도 한 잔 마시면서 니나노 니나노 파티 투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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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사전 게임으로 포도알을 던져서 받아먹었다.
온몸으로 받고, 이로 받고 인중으로 받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너무 기쁘다. 2개를 받아먹고 2부가 시작됐다. 케이크랑 아이스커피, 과일을 꺼내놓고 또다시 생일 노래를 부르는 우리. 잊을만하면 우쿨렐레로 장범준 노래를 불렀다. 둘이 웃겨서 낄낄낄 깔깔깔. 재밌게 맛있게 먹고 배를 두드리고 있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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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태어난 날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어 감사한 오늘. 소중한 내 사랑, 내 남편 생일 축하해요. 2019년의 해바라기를 기억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