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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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수요일,
이번 꿈에서도 나는 학생이었다.
고등학생이었는데 체육복도, 명찰도 챙기지 않아서 등굣길에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걸리고, 단체 기합을 받는다. 약간 비껴간 뺨 터치에 다행이라 생각하고, 꿈이라 다행이었다.. 아침부터 쫑알쫑알 꿈을 들려줬더니 남편은 언제 졸업하냐며, 뭐에 그렇게 쫓기냐며 묻지만.. 나도 모른다. 하.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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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빗소리에 잠이 깼다.
이번 여름은 비 구경을 많이 했다. 그 덕분에 무더위도 종종 쉬었다 가곤 했다. 이번 장마가 끝나고 나면 가을이 성큼 와버릴 것 같아 궁금하기도 하고 시원섭섭하기도 한 여름의 끝자락. 선선해서 좋은데... 오늘도 빨래를 못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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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을 자고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다.
며칠 만에 한 화장이라 조금 더 화사해진 것 같기는 하지만 주름도, 본래의 어두운 얼굴빛도 다 가릴 수는 없었다. 어쩌겠는가. 만족하면서 살아야지. 지난번처럼 살은 찌우지 않는 걸로.. 체중관리는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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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에 가려다가 집을 지켰다.
어차피 내일 외출을 할 테니 내일 가면 되니까 오늘은 빗소리를 들으며,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로 하자. 비비고 전복죽 하나, 오란다 하나, 초코칩 하나, 아이스커피 한 잔. 그리고 영화 ‘안경’. 잔잔한 마음을 더 극대화시키고 싶을 때 찾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영화나 책, 마음을 후벼 파는 음악 같은 것들처럼. ‘조급해지지 마라고, 초조해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라는 대사가 내게 메시지를 주는 오늘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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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남편이랑 마트에 갔다.
카트를 빙빙 끌고 다니면서 과자랑 식재료, 야채를 담았다. 공개적으로 내일 생일상을 차릴 거라며 이것저것 넣는다. 별 음식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오늘 마음가짐으로는 호화로운 파티를 열고 싶은데 과연... 그리고 늘 그렇듯 외식을 했다. 빅맥과 빅맥BLT를 와구와구 냠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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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안 갔으니까 집에서 운동을 해야지.
유튜브를 보면서 햄버거 칼로리를 제대로 소모시켰다. 가볍게 뛰면서 점점 몸을 크게, 동작을 크게 움직이다 보니 땀이 후두두둑 떨어졌다. 땀을 잘 안 흘리던 남편도 땀을 엄청나게 흘렸다. 이번에도 추노 이숭이가 우리집에 다녀갔다고 한다. 추노인 줄 알았는데 귀신 산발 이숭이였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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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하게 씻고 나와서 드라마를 켰다.
‘멜로가 체질’ 5화. 5화를 보고 있지만 머릿속은 온통 4화의 기타 치는 장면이었다. 하루 종일 흥얼거렸고, 남편의 우쿨렐레를 들고 나와서 쟁쟁쟁거렸다. 거실에 앉아 있는 남편 앞에서 쟁쟁거리기. 되지도 않는 노래를 부르고 장범준 노래 따라 하기. 그러다 12시가 땡. 남편의 생일을 제일 먼저 축하해주고 축하공연은 우쿨렐레 쟁쟁쟁. 이제 자야지.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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