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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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토요일,
링링인지 밍밍인지..
태풍이 무서운 겁쟁이 이숭이는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집에 있는 유리창문이란 창문을 모두 잠갔다고 한다. 잠금장치가 우리집을, 우리를, 나를, 남편을 다 보호해줄 것만 같다. 남편은 새벽까지 폰을 가지고 놀고 수면안대를 끼고 급하게 잠들고 마는 나. 이 정도의 숙면이라면 태풍이 와도 모를 것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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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보다는 바람소리가 더 많이 들렸다.
잠결에 보이는 창밖도 꽤 잔잔해 보인다. 태풍이 비껴간 것 같아 다행이었다. 뉴스를 보며 태풍의 위치를 알아냈고 밤 사이에 큰 피해는 없었는지를 확인했다. 바다 동네 친정도 조용히 지나간 것 같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 ‘오늘 동네빵집에 갈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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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목공놀이를 했다.
자, 계산기를 옆에 두고는 나무판에 줄을 긋는다. 반듯함과 정확함을 좋아하는 남편의 그 모습이 잘 어울려 사진도 하나 남겼다. 나는 그 옆에서 뭐했더라.. 생각은 나지 않지만 되게 까불까불 깐족거렸을 것이다. 얼마 후 우리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 7화를 봤다. 손이 가고 자꾸만 손이 가는 새우깡 한 봉지를 비웠다.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순식간에 다 먹어버린 과자. 동네빵집으로 가자.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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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 뉴 매장으로 갔다.
올리브/치즈 치아바타, 할라피뇨 치즈, 카야버터 브레첼을 사들고 올드 매장으로 향했다. 아이스커피 두 잔, 식빵 하나, 단팥빵을 먹는다. 남편이 좋아하는 단팥빵 때문에 온 이 곳에서 우리는 모처럼 여유로운 주말을 보냈다. 이런저런 대화도, 빵 이야기도 나누다가 갑자기 책을 읽는 시간도 가졌다. 동네빵집 1호점, 2호점에서 받은 애정으로 우리 배는 빵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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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자극적인 무언가가 먹고 싶은 우리.
잠깐의 유혹을 겨우 참고 밥을 안쳤다. 집엔 나물도 있고 국도 있고 해결해야 할 음식들이 있다. 오늘 먹지 않으면 위험해질 음식들.. 쌈채소랑 고기 파티, 소고기뭇국파티, 김치파티를 하는 토요일 저녁밥상. 내일은 비빔밥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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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멜로가 체질’ 8화를 켰다.
호흡이 짧은 나는 드라마나 장편소설과 같은 시리즈를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드라마를 본다면 정주행을 좋아하고, 예외적으로 드라마를 볼 때가 있다. 이번이 그렇다. 묘하게 끌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대사와 등장인물들의 연기 때문에 궁금해져서, 60분을 잘 할애하고 있다. 연두 포도알을 입에 쏙 넣으며 드라마에 집중하는 이 순간도 참 편안하다. 약속이 없는 우리의 주말이 이렇게 여유롭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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