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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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 일요일,
간혹 자다가 웃는 일이 생긴다.
예를 들면 잠결에 뒤척이다가 손등으로 남편 이마를 때려서... 서로 놀랬던 날, 이불을 뺏아가 도로 이불을 뺏아오던 날 등 둘만 경험할 수 있는 시트콤 같은 날들이 있다. 반면에 자다가 신나게 걷어찬 이불을 덮어준다거나 눈이 부실까 봐 커튼을 쳐주는 배려가 따뜻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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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40분에 알람이 울렸다.
나는 그냥 쭈욱 자고 남편은 씻고 챙기더니 목공놀이를 하러 떠났다. 빵이랑 양갱, 초콜릿을 가지고 사라졌다가 오후 2시 반이 돼서야 돌아왔다. 줄을 그었던 나무판을 자르는 작업을 끝내고 오늘의 성과물을 보여줬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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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비포 선라이즈’ 영화를 봤다.
사과랑 방울토마토랑 빵을 먹으며 몰입하면서도 추억에 잠겼다. 우리를 가깝게 했던 이 영화, 핑퐁 신처럼 특히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질문을 하는데서 영감을 받았던 우리는, 실제로 서로에게 별의별 궁금한 것들을 주고받았다. 그래서 애정이 가는 영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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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고 남편이랑 드라마를 봤다.
‘멜로가 체질’ 9화. 감초 같은 배우들이 많아서 풋! 하고 웃는 장면들이 많다. 오늘도 둘이서 깔깔깔. 곧바로 남편은 자른 나무판으로 선반을 조립했다. 그가 무언가에 집중할 때 나도 자유시간을 가진다.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면서, 입으로 지금 장면에 대해 설명해줬다. 박보영은 예뻤지만... 영화는 그냥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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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라면과 군만두.
그리고 삼색나물과 김치, 오징어젓갈.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음식들을 앞에 두고 호로록거리면서 먹었다. 큰손 남편은 미역이랑 표고버섯을 아낌없이 넣었고, 달걀도 빼먹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던 MSG 맛. 그래 바로 이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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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남편은 내게 고맙다고 했다.
목공 하러 가게 해줘서 고맙단다. 실은 내가 더 고마운데 흐흐. 자유시간을 줘서. 히히히. 덕분에 늦잠, 낮잠도 자고 영화를 봤으니 내가 더 고마워해야지. 주말에 우리가 꼭 같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목공이나 세차 등 취미생활을 존중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고마움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고마움을 자주 말해주는 남편이 고맙다. 살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중에 하나가 고맙다, 미안하다, 좋다, 싫다를 표현하는 것.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오늘도 우린 감사함 가득, 평화로움 가득이었다. 피스.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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