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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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금요일,
13일의 금요일.
어릴 때 괴담을 듣고 무서워했던 적이 있다. 이젠 13일이 금요일이든 14일이 금요일이든 하나도 안 무섭다? 무서울 게 있다면 귀경길로 차가 주차장이 되는 것. 부디 괜찮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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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촉박하게 큰집으로 향했다.
명절이 되면 곳곳에서 친척들이 오시고 보통 스무 명이 넘는 인원이 한 집에 있다. 기도문을 외우고 노래도 부르고 나서 먹는 꿀맛 같은 아침 식사. 디저트는 과일이 기다린다. 세 시간이 지난 후에 또 먹는 점심 식사. 디저트는 과일과 커피. 오늘 커피도 아주버님이 콩을 샥샥 갈아서 따뜻하게 내려주셨다. 이젠 식사 후에 아주버님표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냥 마셔도 맛있고 빵이랑 먹어도 맛있는 쌉싸름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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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두 번, 명절에 보는 아이들.
어린이들은 키가 쑥쑥 자라 있고, 낯을 덜 가리는 아이들이 되어있었다. 어른들 앞에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꼬마 창작 안무가. 전자기기를 좋아해서 어른들 폰을 뚝딱뚝딱 고쳐주는 꼬마 기사님,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리 부는 아가씨, 분위기 메이커 아주버님들 덕분에 빵빵 터지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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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산촌 편.
공원묘지에 갔다가 시골에 있는 큰집으로 갔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어 불냄새가 온 사방으로 퍼졌다. 내가 좋아하는 냄새라 이리 킁킁, 저리 킁킁거리며 돌아다닌다. 추어탕을 한솥 끓이시는 큰어머니와 우리를 위해 마당에 대형 텐트를 치고 삼겹살을 구워주시는 아주버님, 우리 눈을 하트표로 만들어버린 최연소 아가야, 우리를 탐색하던 동네 개님들. 또다시 찾아온 저녁식사. 하루 종일 제대로 세 끼를 챙겨 먹었고, 여기서도 실컷 웃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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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 아버님 댁으로 고고.
주황빛이 깔린 하늘, 역광으로 까맣게 보이는 건물들이 예뻐서 한참을 바라봤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디저트는 과일이었다. 배랑 포도가 우리 앞에 있으니까 꿀렁꿀렁 자리를 만들어낸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포도알. 이제는 그만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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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되면 우리가 꼭 하는 일.
오늘도 잘 다녀오자며 파이팅을 외친다. 내가 남편 쪽 식구, 친척들에게 정성을 다하면 자연스레 남편은 우리 가족들에게도 잘하게 돼있다. 그러니 둘 다 파이팅이 필요하다. 모든 게 끝나고 집에 오면 ‘수고했다’며 서로를 격려하는 일. 우리만의 인사가 끝나면 그때부터 자유시간이 시작된다. 집이 최고다 정말. 너무나도 밝게 뜬 보름달을 보는 순간 소원을 빌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 당신, 우리, 모두의 평화를 비는 밤. 추석 피스.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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