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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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화요일,
월요일 같지만 화요일이다.
평일 중에 하루라도 까먹고 시작하면 기분이 좋다. 금요일이, 주말이 금방이라도 다가올 것 같기 때문에 힘이 솟아난다. 남편의 출근 준비를 도와주고 현관문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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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약속은 저녁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시간이 생긴 이숭이는 혼자서 사색을 하고, 간식을 챙겨 먹고, 서류 작업도 했다. 드립백 하나를 뜯어서 아이스커피를 홀짝이며 영화 ‘비포 선셋’을 켰다. 이번에도 두 사람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는다. 끊임없이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진지하게 때론 실없는 농담도 몹시 즐거워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 새삼 ‘대화가 통하는 사람’, ‘대화 코드가 맞는 사람’, ‘개그코드가 맞는 사람’ 등 소통이 내겐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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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쯤 외출을 했다.
저녁시간에 밖으로 나가는 것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동성로로 나가는 것도 처음이라 몹시 떨린다. 길치, 방향치는 새로운 곳을 혼자 떠날 때 크게 마음을 먹고 집 밖으로 나선다. 다행히 길은 잘 찾았지만, 오늘도 쉽게 흘러가지 않는 나의 일상이었다. 평소에 잘 되던 교통카드가 먹통이 되는 바람에 코 앞에서 지하철을 놓쳤다. 그럼에도 딱 정각에 도착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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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이 2기 선배님을 만났다.
나는 배짱이 3기.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뭐라도 엮이니 동질감을 느꼈다. 그 많고 많은 음식점, 맛집을 제치고 내가 가봤던 곳으로 정했다. 미란다 키친에서 오징어 먹물 파스타랑 피자를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식성, 먹성에 비해 음식은 꽤 천천히 줄어들었고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들려주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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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는 근처에 있는 맥주 가게로 갔다.
가라아게와 맥주. 캬. 평일에 치맥이라니. 내가 동성로에 있다니. 남편도 내가 저녁시간에 외출을 하는 게 신기했는지 나의 귀가시간 또한 늦어지게 될 것인지 궁금해했다. 나 또한 너무 놀라운 일이었기에, 신나는 날이었기에 맥주도 술술 넘어간다. 서로 궁금한 점, 공감할 만한 서로의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어느새 집에 갈 시간이 다 됐다. 기분좋은 맥주 세 잔, 알딸딸한 이숭이. 서로 정반대 방향이라 한가운데에서 인사를 나눈다. 그녀는 11시 33분, 나는 11시 36분 지하철을 타고서 각자의 집으로 고고. 내가 마지막 지하철을 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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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서 누군가를 사귀기란 쉽지 않다.
물론 일부러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서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지 않는 이유도 있었다. 지치기 싫어서, 또는 그냥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조심스레 다가오는 사람도, 나에게 애정을 주는 사람도,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내가 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람 복이 많다고 느낀다. 오늘도 그랬다. 지난 이야기부터 오늘까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어주고 좋아해 주는 그녀 덕분에 나도 신났다. 나는 그녀를 응원하고 그녀는 나를 응원하고 참 훈훈하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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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내렸다.
내리자마자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제 막 내렸다는 말과 함께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갑자기 온 문자 하나. 뒤를 돌아봤더니 남편이 있다. 밤 열두 시가 다돼서 마중을 나온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감동 오백 개를 받았다. 선선한 공기를 곁에 두고 집까지 나란히 걸어갔다. 시내에서 놀다 온 이숭이의 즐거움, 쫑알쫑알도 함께. 오늘도 참 평화로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