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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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월요일,
명절 후유증으로 침대에 녹아내린 밤.
남편은 잠깐 눈을 붙이더니 아침에 일어났다. 그냥 푹 잤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피로를 풀어주려고 남편 발을 쪼물쪼물 만져줬다. 그랬더니 딥슬립의 늪에 제대로 빠졌다. 월요일이지만 남편이 쉬는 날이라 둘이서 제대로 늦잠을 자고 일어날 수 있었다. 땡큐 땡큐 먼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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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꿈나무는 오늘도 슥슥슥 사포질을 했다.
햇살이 강렬해 보여 세탁기를 돌리기로 했다. 어느새 한 시간 반이 흘러 탈탈 털어 빨래를 널었다. 다리미를 꺼내서 손수건이랑 셔츠를 다리는 동안 남편은 점심을 준비했다. 가족, 친척에게서 받아온 음식들을 꺼내서 데우고 조리를 했다. 추어탕, 돼지갈비의 콜라보. 밥을 했는데 양이 적어서 먹고 있는 동안에 또 밥을 안쳤다. 흐름이 끊길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배부르게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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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려서 밖으로 나갔다.
봉산동으로 고고. 챔지작가님을 만나서 신나게 웃다 왔다. 결혼 후 처음 만나는 남편도 옆에서 깔깔깔.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는 사이라 언제 봐도 반갑고 즐겁다. 그리고 함께 동네 소품샵에 구경을 갔다. 남편은 사장님의 설명을 듣고 수첩에 빠져버렸다. 종이마다 다른 질감을 느끼고는 이것저것 담았고, 나는 정말 뜬금없이 장난감 청소기를 샀다. 우리가 어렸을 때 지우개똥 샥샥 치워주는 그 자동차 청소기 같은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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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해가 들어가고 어둑해졌다.
집에 가기 전에 들른 웨이투고 카페. 사장님이 주신 자몽에이드와 자몽티를 마시며 또다시 수다타임이 시작됐다. 명함만 전달하고 집에 갈 계획과는 달리 엉덩이가 무서운 이숭이였다. 자몽에이드 내 스타일인데? 이거 너무 맛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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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와 치즈케이크를 꺼냈다.
달달함이 넘치는 오늘 드라마. ‘멜로가 체질’ 12화. 우리의 입 속으로 돌진하는 케이크도, 달콤한 장면도 참말로 좋구만. 월요일이 이렇게 달콤해도 되나 몰라. 아마, 출근하지 않았던 하루였기에 우리는 평화롭고 행복이 넘쳤으리라.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이숭이는 빠방빠방 자동차 청소기를 샥샥 움직여본다. 쪼꼬만 게 너무 귀엽다. 빗질을 하며 부스러기가 치워지다니. 비..싸긴한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