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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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수요일,
언제 이렇게 가을이 왔나.
창문을 살짝 열어놨는데 온도가 툭 떨어진 게 느껴진다. 여름 이불만으로는 따뜻함이 부족했는지 작은 담요를 꽁꽁 싸맸다. 새벽에 많이 추웠던 남편은 얼굴 위까지 이불을 덮고 있길래 담요를 쫘악 펼쳐줬다. 그리고 결심 하나, 가을 이불로 바꾸자. 그리고 다짐 하나, 내일부터 운동하러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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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잠을 자고 일어났다.
수건 빨래를 하고 가을 이불로 바꿨다. 이불 빨래까지 끝. 베개피를 바꾸고 이불을 바꿀 때면 계절이 바뀐 걸 알아차린다. 항상 부지런하고 빨랐던 엄마는 새로운 계절이 오기도 전에 미리 옷, 침구류를 갈았다. 살림을 하면서 엄마의 부지런함을 대단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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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포 미드나잇’을 봤다.
메론빵 하나, 고구마를 냠냠 먹으면서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들을 마주했다. 재회는 했지만 생각의 차이로 자꾸만 의견 충돌이 생기고 공격적으로 바뀌어간다. 하지만 두 사람은 상처가 될 만한, 끊임없는 말을 쏟아내다가도 다시 괜찮아졌다. 나이를 먹으면 설렘이나 낭만 없이 지낼까 봐 꽤 답답해하면서 봤는데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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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어머님표 돼지갈비랑 큰어머님표 추어탕을 차렸다.
당면이랑 버섯, 당근을 더 넣었다. 깻잎쌈도 싸 먹고 남편은 오이를 쌈장에 폭폭 찍어먹는다. 오늘도 집밥은 맛있었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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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마시려는데 콧물이 흘렀다. 손으로 슥 닦았더니 코피가 났다. 왜? 왜? 나 피곤했었나 이상하네.. 휴지로 콧구멍을 막고 영화 ‘건축학개론’을 틀었다. 그리고 남편은 귀여운 마그넷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늘도 사포질을 샥샥샥. 목공놀이를 하는 남편도 중간중간에 영화를 보면서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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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아 생일 축하해!!
잉꼬랑 마늘이. 제일 행복한 하루였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