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9월 19일 목요일,
가을이불 만세 만세 만만세.
찬 바람이 살살 불면서 칭칭칭 몸에 감기는 이불이 좋았다. 폭신폭신한 느낌, 그리고 따뜻해서 잠을 잘 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난 남편도 이불이 따뜻했다고 했다.
.
말 뿐인 이숭이 라이프.
그렇다. 운동을 가지 않았다. 잔다고 못 갔다. 7시 반부터 2시간 동안 깨지 않았다. 어찌 보면 숙면을 했는데(자주 깨는 나에게 숙면은 아주 드문 일), 운동이랑 맞바꿨다고 하는 게 낫겠다. 핑계고.. 게을러터진 이숭이였다.
.
이번 주 토요일에 참가하기로 했던 마켓이 취소가 됐다.
때아닌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마켓도, 약속돼 있던 통영행도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9월, 10월 주말 일정이 오락가락 왔다리 갔다리 하는 중이다. 당장 주말부터 비었으니 할 일이 많아졌다. 목공 작업을 하는 남편도 널널해졌다.
.
점심으로 사과 하나, 고구마 하나를 먹었다.
오늘의 영화는 ‘빅 피쉬’. 아주 옛날부터 궁금했었지만 왠지 모르게 시도하기 힘들었다. 갑자기 용기가 생겼는지 맥심 아이스커피 한 잔을 들고 재생을 누른다. 잔잔한 듯, 잔잔하지 않은 내용,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 부분도, 상상력 가득한 장면들, 생각하게 하는 대사들로 매료되었다. 노란 수선화가 핀 공곶이로 달려가고 싶은 오후였다.
.
추어탕이 있지만 모른 척하는 우리.
통닭이 갑자기 등장했다. 오랜만에 처갓집 양념통닭에서 간장 반, 후라이드 반을 시켰다. 가을 날씨랑도 잘 어울리는 맛이다. 통닭이 언제 안 어울리는 날이 있었나.. 맛있다! 맛있다!를 외치면서 영화 ‘아가씨’를 본다. 그 당시엔 ‘김태리’라는 배우를 모르고 봤는데, 리틀 포레스트랑 미스터 션샤인에서 매력을 느끼고 다시 보고 싶어 졌다. 어쩜 연기를 잘할까. 션샤인도 다시 봐야지.
.
남편이랑 집 앞 마트에 다녀왔다.
달걀 한 판이랑 우유 하나를 담는다. 동률님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는 우리집. 고구마랑 달걀을 삶았다. 노래 가사를 적어보고 주말에 뭘 할지, 결혼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도 주고받는다. 그러다 몹쓸 농담 하나도 던져보고 까불랑거리며 장난을 쳤다. 둘 만의 코드로 웃고 떠드는 보통날의 가을밤. 우리의 애정은 따뜻할 수밖에.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
_

작가의 이전글20190918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