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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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화요일,
필라테스 31일 차(요가 125일 차).
화요일은 9시에 운동가는 날. 8시 30분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따뜻한 우롱차 한 잔을 마셨다. 운동하기 전에는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몸의 열을 낸다. 날씨가 꽤 쌀쌀해졌지만 땀을 적게 흘려서 운동할 맛이 났다. 기구마다 동작이 모두 달라서 원장님 설명을 제대로 들어야만 한다. 설명을 듣고도 머리 따로 몸 따로라 고장이 날 때가 많지만, 집중해서 들으면 차근차근 해낼 수 있다. 오늘 운동도 잘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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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활짝 열어놨더니 차가운 공기가 집에 가득 찼다.
반면에 곡식과 과일이 영글어가는 가을 햇살은 꽤 따갑다. 올해 유난히 많이 내렸던 비 때문에 농부들의 근심이 이만저만 아닌 것 같다. 시장, 마트에 가며 농산물의 가격이 꽤 오른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이제는 비나 눈이 오면 곡식이랑 자연을 생각하게 되는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랄까. 비야 그만 와라. 부디 해만 계속 내리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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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카레를 데워 먹었다.
디저트는 따뜻한 맥심 커피. 요가학원에서 운동 전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커피 향이 어찌나 달콤하게 유혹하는지 안 마실 수가 없었다. 커피 한 잔으로 여유로운 기분과 시간을 샀다. 그리고 마치 직장인이 된 것처럼 컴퓨터 문서작업을 마쳤다. 국민연금 대구지사에 연락을 해서 확인서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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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추워진 탓에 도톰한 외투와 장판이 등장했다.
겨울이 다가오면 벗어날 수 없는 것들. 장판을 슬쩍 틀었더니 어느새 눈을 감고 있는 이숭이. 알람이 아니었으면 남편이 와도 자고 있을 뻔했다. 후다닥 쌀밥을 안치고 카레를 데웠다. 엄마가 주신 국물김치를 하루 동안 상온에서 보관했더니 잘 익은 것 같다. 밑반찬을 꺼내고 달걀 후라이를 만들 때 남편이 집에 왔다. 굿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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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꼬리를 가진 강아지마냥 남편을 반겼다.
가끔 우리는 문 틈이나 벽 뒤로 숨기도 하는데, 오늘은 격하게 반기는 것이 포인트. 그러다 기분이 너무 좋아져 개다리춤을 추는 두 사람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코드가 맞아서, 사소한 몸짓 하나에도 웃는 사이라 감사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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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시작.
델루나를 볼 계획이었는데 동백꽃이 치고 들어왔다. 멜로가 체질이 묵직한 듯 가볍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는 드라마가 끌렸다. 일단 한 편만 보고 재미없으면 델루나로 넘어가기로 했다. 결론은 정주행. 아직 방영 중이라 기다릴 호흡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꽤 기대되고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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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일이 많은 날.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의 인연으로 시작되었다. 고향 통영도, 낯선 대구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평화롭기를.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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