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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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수요일,
요가 126일 차.
장판에 녹아내린 몸을 일으켜 요가학원으로 향했다. 올해 들어 제일 차가운 날이라 방바닥을 뜨끈뜨끈하게 불을 때워놓았다. 이모야들의 수다와 함께 등을 지지고 있으니 흡사 찜질방 느낌. 너무 따뜻해서 앞으로 찾아올 비극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몸풀기부터 땀이 샘솟더니 땀을 닦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숫자를 느리게 세는 것 같은지... 다들 더워서 헉헉헉 헥헥헥. 시간이 절반 정도 흘렀을 때 제발 방바닥 보일러를 꺼달라고 아우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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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이모랑 맥도날드로 향했다.
커피를 마실지, 밥을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제 햄버거가 먹고 싶었다는 이모의 말이 생각났다. 요즘 맛 들인 빅맥을, 이모는 1955를 주문했다. 갓 튀겨 나온 감자튀김을 열심히 주워 먹고 갈증 때문인지 콜라도 아주 시원하게 들이켰다. 2차는 카페.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마트 구경을 다니는 두 사람. 감기가 괜찮아졌다고 바로 아이스를 마시는 이숭이였다. 그리고 저녁에 청국장을 해먹을 재료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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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씻고 세탁기를 돌렸다.
뭔 빨래가 매일 있는지.. 손님 이불빨래도 드디어 다 돌렸다. 세탁기를 세 번 돌리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마스킹테이프 주문을 하고 문서작업을 끝냈다. 이제 저녁 준비를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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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통화하고 있는데 남편이 집에 왔다.
이제 슬 밥을 안칠랬는데... 청국장을 끓일랬는데... 나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이제 준비하면 남편 퇴근시간이랑 딱 맞는데.. 결국은 또 카레를 데웠다. 심지어 후라이 대신에 삶은 달걀 두 알을 퐁당 빠뜨렸다. 청국장 재료는 왜 샀냐. 어디 갔냐.. 내일 저녁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청국장 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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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2화 3화를 봤다.
촌스러운 매력이 철철 넘치는 용식이 덕분에 꽤 자주 웃는다. 로맨스인 것 같은데 스릴도 있고, 앞으로 점점 궁금하게 만드는 이 드라마... 용식이만큼 매력이 넘친다. 다 보고 나서 남편은 쇼파를 차지했다. 늘어난 고양이처럼 기다랗게 누워있는 남편은 눈동자만 휙휙 움직이고 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공간에서, 눈치 없는 내 배는 꼬르륵거리며 요동을 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야밤의 과자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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