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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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목요일,
요즘은 12시 전에 누우려고 노력 중이다.
어제도 꽤 일찍 이불속에 쇽 들어갔다. 불을 끄고 수다를 떨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평화로웠던 밤과는 달리 아침은 부산스럽기 그지없었다. 둘 다 울려대던 알람을 꺼버리고 자다가 놀래서 일어났다. 어우, 하마터면 왕늦잠을 잘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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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127일 차.
꾸리꾸리한 하늘 때문에 이불의 유혹이 강렬한데도 불구하고 일어났다. 얼굴에 베갯자국을 선명하게 새겨놓은 채로 요가학원으로 간다. 아무래도 목요일 수업이 힘들다고 소문이 난 모양이다. 평소보다 공간이 널널해지는 목요일 요가반. 예외는 없었고, 5명이서 동작을 배웠다. 사람이 적을수록 내게 돌아오는 관심이 많아지니 비극이 예상된다. 아니나 다를까.. 힘들다. 요가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낑낑끙끙. 요가꿈나무가 아니라 요가낑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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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불편해서 쟁기자세를 잘 안 하는 편인데 가끔씩 나 스스로를 테스트하고 싶은지, 발을 하늘 위로 쭈욱 뻗어본다. 물고기 자세까지 하고 나면, 거의 다 끝나간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한 시간 동안 느꼈던 고통은 금세 잊혀졌고 ‘끝났다’는 그 기분이 좋다. 일기를 쓰면서 힘듦이 떠올랐지만, 오늘 운동도 끝. 사담이지만, 이모야들의 훌라춤, 노래교실, 요리교실 경험담은 재미있다. 나에게까지 강요만 하지 않는다면 계속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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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끼소바 컵라면을 꺼냈다.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렸다. 액상소스와 가루를 넣고 오른손으로 왼손으로 비비고 비볐다. 마요네즈까지 꺼내서 면 위에 짜서 먹으니 더 맛있는 오늘 점심밥. 그리고 흐린 날이랑 잘 어울리는 맥심 커피. 나의 오후를 즐겁게 해 주는 영화 한 편 ‘폴링 인 러브’까지. 보통날이 주는 편안함이 나를 차분하고, 잔잔한 순간을 채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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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밤찰밥, 된장찌개, 애느타리버섯구이.
어제 마트에서 사 온 재료로 청국장을 끓이려다가 된장찌개로 노선을 변경했다. 아빠가 라디오 퀴즈에 참여해서 받은 간장과 된장이 오늘의 주인공. 어찌 된 일인지 이 된장은 간을 맞추기 쉽진 않았다. 겨우겨우 맛을 내고 남편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린다. 그리고 갑자기 통을 떨어뜨려서 된장 패대기 쇼는 서프라이즈이자 이벤트... 헤헤. 밥이 많아서 남길 거라던 남편은 빈 그릇 운동을 실천하는지 깨끗하게 다 비웠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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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거실가구 위치를 바꾸고 싶어 졌다.
소파와 벤치 위치만 달라진다. 테이블은 그대로인데 우리가 앉는 방향이 바뀌면서 의자도 옮겼다. 뭔가 낯설긴 한데 금방 적응이 될 것 같다. 자리도 바꾼 김에 드라마 ‘동백꽃이 필 무렵’을 보기로 한다. 4화에 나오는 용식이는 오늘도 참말로 촌스럽구먼. 괜히 용식이가 잘 쓰는 사투리도 따라 해 보고 성대모사를 하는 우리. 멜로가 체질에 나오는 기타 치는 장면도 한참을 따라 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모습이 눈에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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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아지트로 여행 가는 날.
이 편한 집을 놔두고 우리는 또 밖으로 쏘다닐 예정이다. 일요일 밤이 되면 ‘역시 집이 최고!’를 외칠 모습도 눈에 훤~~하지만, 모처럼 여행이니까 신나게 떠나자. 가을 하동, 가을 구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