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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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월요일,
월요일이 찾아왔다.
남편은 회사에 가고 나는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10월의 아침 6시는 컴컴하고 흑색이라 다시 잠을 청하기 좋은 색깔이었다. 목에 칭칭 감은 수건을 눈 위에 올려뒀더니 온 세상이 까맣게 변했다. 그렇게 잠든 이숭이는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을 잤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잠을 잘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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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쌓인 빨래를 세탁기에 몽땅 넣고 돌렸다.
그다음 담요랑, 퐁신퐁신 외투를 넣고 조물조물 부드러운 빨래도 끝냈다. 수건도 개어 넣고 곳곳에 휴지도 채워놨다. 그리고 거실에 앉아서 사부작사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쇼파랑 의자 배치를 살짝 바꿨을 뿐인데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 마음에 든다. 테이블 위에 있는 허브잎 향기도 은은하게 풍기는 우리집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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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밤밥, 김치만두, 된장찌개, 옥돔구이.
최근에 여행에 가서 내내 바깥 음식을 사 먹었으니까 돈도 아낄 겸 집밥을 해 먹어야겠다. 당분간은 냉장고에 있는 걸로 만들어먹어야지. 꽤 오랫동안 쓴 후라이팬을 마지막으로 쓰고 버릴 생각으로 생선을 구웠다. 옥돔은 처음 구웠는데, 생선살이 슬슬 달라붙더니 나를 힘들게 만든다. 후라이팬을 버릴 게 아니라 생선도 버려야 할 판.... 하. 저번엔 삼치를 잘 구워서 자신감 퐁퐁 솟았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망했다. 아직도 내공이 필요한 요리꿈나무의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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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밴 생선 냄새를 씻어냈다.
깔끔해진 모습으로, 개운한 모습으로 다시 거실을 차지했다. 남편도 방에서 운동을 끝내고 말끔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월요병을 다루는 방법으로는 따뜻한 차 한 잔과 드라마 한 편. ‘동백꽃 필 무렵’ 7화를 보면서 하루의 피로를 잘 풀었던 밤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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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기회가 생기고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린 건 꾸준함이었다. 또, 낯선 곳을 향해 한 발을 내딛을 용기가 생긴 건 누군가의 지지였다. 오늘따라 그 날이 많이 그립고 생각나는 밤.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히 해 오고 있는 내가 스스로 대견해지는 밤. 잊지 않으려고, 더 기억하려고, 오랫동안 남기고 싶어 오늘도 일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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