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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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화요일,
자다가 남편이 웃는 소리가 들려서 깼다.
낄낄낄. 꿈꿨냐고 물어봤지만 아니란다. 뭔가 웃기거나 황당스러운 일이 있었나 보다. 궁금해서 무슨 일 때문인지 계속 물어보는데, ‘집주인이...’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 꿈꿨구나... 본인도 현실인 줄 알았는데 꿈이라는 걸 알고는 허무해하며 다시 잠이 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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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33일 차(요가 133일 차).
조금 늦게 나왔더니 허겁지겁 마음이 바쁘다. 꼭 이럴 때면 신호등은 다 나를 붙잡는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에 그냥 흐름에 따랐다. 가자마자 바로 엎드려서 15분 정도를 몸을 풀었다. 원장님 시범을 하나둘씩 따라 해 본다. 허벅지 안쪽, 골반, 등 뒤 근육을 쓰는 동작을 하는데 왜 이리 힘이 드는지. 오늘도 부들부들 호돌호돌 이숭이. 아침에 나올 땐 추웠는데 온 몸에 땀이 흘렀다. 덥다. 여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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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으로 갔다.
내가 자주 가는 단골가게에 가서 애호박, 버섯, 시금치, 상추, 당근, 꽈리고추 등을 담았다. 버섯전골에 칼국수를 만들어 먹고 싶고, 깻잎이랑 쌈을 보면 고기 파티를 열고 싶고 이것저것 다 사고 싶어 진다. 이성을 붙잡고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오늘 저녁은 시금치무침이랑 메추리알 장조림으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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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씻고 수건 빨래를 했다.
두 명이 사는데 빨래는 왜 이리 많은지. 다시 한번 엄마의 희생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4인 가족의 빨래는 어마어마할 텐데, 그 많은 걸 혼자서 다 하셨다니.. 대단하고 감사한 엄마. 저녁 준비를 하는데 엄마는 11월 말에 김장하면 김치 한 통을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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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저녁시간이라니.
잡곡밥에 밤이랑 조를 넣고 안쳤다. 찹쌀에 소금도 약간 넣어 약간은 짭짤하게 맛을 낸다. 그리고 시금치를 다듬고 슥슥 무쳤다. 참기름 깨소금 냄새가 진동할 때 참 좋더라. 통에 담고 메추리알 조림도 뚝딱? 만들었다. 국까지 끓이면 오늘 밥상 최곤데.. 시간이 부족해서 못 끓인 게 아쉽다. 그래도 처음 사 본 멸치볶음도 있고, 국물김치랑 김이 있으니 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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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다닥 밥을 먹고 치웠다.
열심히 만든 반찬을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 덕분에 시원하게 그릇을 비운다. 그리고 효숭이네 시네마 오픈. 내가 어제 본 알로, 슈티가 보고 싶다고 했는데 우리는 범죄도시를 켰다. 등장한 꼬북칩, 와인 한 잔과 치즈 몇 조각. 과자 먹으면서 가볍게 보기엔 이 영화 너무 잔인하잖아.. 오 마이 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