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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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수요일,
별다를 것 없는 날.
의존하던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남편 출근 준비를 돕는다. 가령 안경알을 닦거나 양말을 꺼내 놓는다든지, 따뜻한 물이랑 차가운 물을 약간 섞는 그런 일. 가방을 챙길 때 어둡지 않도록 불을 켜놓는 작은 일이지만, 도움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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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잔을 마시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난다.
평소보다는 말똥말똥한 상태로 거실에서 보냈다. 영화 ‘나의 서른에게’를 보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담요를 몸에 칭칭 감고 대자로 뻗어서 한 시간이나 자버렸다. 이럴 거면 늦잠을 자고 일어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이스커피로 피로를 풀어본다. 요즘 바깥 날씨 참 좋네. 언제 이렇게 알록달록한 산으로 변한 걸까. 예쁘다 가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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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택스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엄마랑 잠깐 통화를 했다.
오늘도 끝에는 ‘사랑해, 사랑한다’로 맺음말이었다. 히히. 끊고 나니 저녁을 준비할 시간이 됐다. 메뉴는 잡곡밥, 가리비 미역국, 대패삼겹살 두루치기, 상추쌈이랑 밑반찬들. 인터넷 레시피 만세 만세 만만세. 덕분에 나는 요리 꿈나무가 됐고, 꽤 그럴듯한 음식이 만들어진다. 고기랑 막걸리는 환상의 궁합이었다. 두 모금 마시고 둘 다 웃음이 많아진 건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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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불러서 동네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신발을 신고 나가려는 순간, 주머니에 천 원을 품고 가냐고 물어보는 남편이었다. 비록 붕어빵은 사 먹진 못했지만 붕어빵 위치를 파악해놓는다. 그리고 곁을 주지 않는, 기특하지만 아쉬운 동네 고양이를 관찰하러 돌아다니는 우리는 한참을 돌다가 콧물이 나올 것 같아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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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피를 말리던 티켓 전쟁에서 구한 티켓이 집에 잘 도착했다. 태풍을 뚫고 pc방에 가서 마우스를 눌렀던 게 추억이 됐다니.. 11월 말에 동률님을 보러 갈 수 있다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오매불망 동률님... 럽럽럽. 평소보다 일찍 일기를 다 적었다. 영화 한 편만 보면 오늘 일과, 하루는 끝이 난다. ‘노팅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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