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11월 7일 목요일,
노팅힐 본다더니...
졸음을 못 참고 잠에게 양보해버렸다. 휴 그랜트랑 줄리아 로버츠 만나러 가야 하는디. 오늘은 과연 볼 수 있을까. 일찍 잠들어버려서 꽤 긴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 남편이 출근하는 동시에 다시 눈을 붙인다. 따뜻한 이불속이 좋은 이숭이는 오늘도 늦잠대마왕이었다.
.
어푸어푸 씻고 나왔더니 사람이 된 것 같다.
물 한 잔을 마시고 밝은 음악을 듣고 있는데 정수기 관리하는 직원이 왔다. 이 분을 만날 때면 계절이 바뀌어져 있고, 이젠 내년에 만나자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2020년이라니. 숫자 2020을 쓰는 날이 오다니.
.
고구마 대신에 점심을 차렸다.
다행히 밥이 있어 데우고 밑반찬 양에 맞춰서 밥을 먹었다. 영화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를 틀었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며 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이라 제목에 끌렸다. 상상과는 달리 유대인의 이야기였고, 그들의 삶을 어느 정도 잘 나타내고 있는 영화였다. 생각보다 너무 보수적이어서 놀랬지만, 거스르고 깨트리는 것 또한 용기였을 테니 모티의 삶을 응원하고 싶어 졌다.
.
맥심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서류를 부칠 게 있어서 밖으로 나왔다. 은근히 껴입었더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우체국에 가서 빠른우편으로 부치고 나왔다. 이대로 집에 가기엔 햇살이 너무 매력적이라 동네를, 골목을 돌기로 했다. 사람, 자동차, 가게, 고양이랑 자연을 눈에 담았다. 어른 고양이 둘, 아기 고양이 다섯에 마음을 홀랑 빼앗겨 집으로 발을 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공원에 흩어진 햇살은 어찌나 예쁜지, 나뭇잎은 얼마나 알록달록한지. 오늘도 완연한 가을이었다.
.
남편은 라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
퇴근할 무렵에 물을 데우고 안성탕면에 파송송 계란탁 넣는다. 우리집을 가득 채우는 라면 냄새. 둘이서 호로록호로록 잘도 먹는다. 라면은 언제 먹어도 맛있단 말이야.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간식으로 콘칲 한 봉지를 뜯어서 ‘동백꽃 필 무렵’ 15화를 본다. 우리가 방영하는 드라마를 챙겨보다니.. 재밌기도 하고 궁금한데, 일주일을 기다리기 참 힘들다. 결국은 오늘도 노팅힐은 못 보는 거였구만.
.
9시에 남편은 약속이 생겨 나갔다.
갑자기 생긴 자유시간이라 입꼬리가 씰룩씰룩거린다. 개인 시간을 존중해야지. 나는 일기도 썼으니 그림이나 그려볼까. 그가 돌아오기까지 2시간 정도가 남았다. 이히히히. 아, 지난번에 콘서트 티켓 두장을 팬한테 양도를 했는데 잘 받았다고, 고맙다며 마카롱 교환권을 주셨다. 덕분에 달달한 마음으로 달달하게 보내고 있는 밤이다. 고맙고 감사한 오늘.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