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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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목요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 한파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이 날엔 꼭 추워지는 마법 같은 날씨. 창문을 열자마자 겨울을 연상케 하는 바람이 볼에 닿는다. 유난히 길게 느껴질 오늘을 부디 잘 견뎌내길 바라는 마음.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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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많이 춥다고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는 남편의 문자를 봤다. 하나 더 껴입고 나갔는데 또렷한 겨울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을이었는데, 낙엽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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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136일 차.
요가이모 차를 타고 학원으로 갔다. 서로 의지를 하게 되는 목요일 수업. 힘드니까 이 날만큼은 같이 운동을 하려고 한다. 2-3주 전부터 음악에 맞춰서 동작을 가르쳐주는 선생님. 오금이 저리도록, 햄스트링과 아킬레스건이 찢어질 듯 아프도록 몸을 풀었다. 다운독(견상) 자세는 언제쯤이면 제대로 될는지.. 꾸준히 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다. 믿어본다.. 몸풀기가 끝나고 물 흐르듯 흘러가는 유산소 운동. 동작도 외워야 하고, 박자도 세어야 하고 바른 자세까지 머리에 넣으려니 과부하가 됐다. 머리 따로 몸 따로 고장 난 이숭이 등장. 예전에 뉴욕 다이어트 댄스를 배우러 갔다가 몸치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다가 그만둔 그때가 생각났다. 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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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이모가 내 일정을 물어본다.
왼쪽 팔에 독감 예방주사를 한대 콕- 맞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칼제비. 칼제비라는 단어를 대구에 와서 알게 됐다. 칼국수랑 수제비를 합친 말. 4,500원에 놀라고 맛에 놀랬다. 오늘같이 추운 날에 뜨끈한 칼제비 국물을 들이켜고 파전을 뜯어먹는 즐거움이란. 캬. 2차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춥다고 하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지금 콧물이 나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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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양말을 신는데 그 위에 발토시를 꼈다.
부슬부슬한 느낌이 좋아서 발바닥을 서로 맞대기도 했다. 따뜻한 게 너무너무 좋아. 오늘도 컴퓨타를 붙잡았다. 모를 땐 지인 찬스. 컴박사 언니 도움을 받아서 포토샵 스킬을 하나 배웠다. 네이트온까지 설치해가며 원격조정으로 배우는 컴퓨터 교실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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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남편은 얼굴이 창백했다.
감기인지 몸살인지 모르겠지만 온 몸이, 뼈마디가 으슬으슬 아프다고 했다. 저녁도 안 먹고 저녁 7시에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바람대로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괜찮아져서 밤 열 시에 핫도그 하나 데워먹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나는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 독감 주사를 맞은 팔은 점점 아파서 축 늘어져있다. 영화 ‘아이엠 샘’을 보고 일기와 감사일기를 기록하는 밤. 나의 평화, 당신의 평화, 우리 모두의 평화를 빌고 비는 밤. 피스.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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