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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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월요일,
몇 번을 깼다.
한 번은 그냥 깨서 눈을 뜨고 있었는데 때마침 남편이 깨는 바람에 눈이 마주쳐서 서로 놀랬다. 남편은 너무 놀랬는지 눈이 똥그래지며 소리를 내고는 나를 슬쩍 밀치기까지 했다. 그런 남편을 보며 나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그리고 한 번은 바람소리는 아닌데 이상한 소리가 나서 동시에 깨어버렸다. 이후에도 또 소리가 나서 창문을 닫고 다시 잠이 든다. 그다음엔 더워서 깨고. 깼다 잠들었다 반복하는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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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제일 부지런한 원투쓰리.
스피커, 폰, 세탁기. 거실에 나오면 바로 음악을 튼다. 오늘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동물 온천 게임. 광고 보기를 눌러서 아이템(고구마, 옥수수, 찰떡과 같은 재료)을 많이 모았다. 어제 못 돌린 옷을 돌리고, 수면양말, 담요랑 이불을 빨았다. 귀여운 고양이 쿠션의 껍데기를 벗겨서 고양이 모양을 건조대에 널어둔다. 이불가게에서 보자마자 반해서 데리고 온 고양이는 가끔씩 내 팔받침대가 되어준다. 뽀송뽀송하게 잘 말라라 고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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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남은 김밥을 먹었다.
이숭이시네마 오픈. 봐도 봐도 좋은 ‘내 사랑’. 에단 호크와 샐리 호킨스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이 좋다. 에버렛의 무채색 집이 알록달록하게 변해가는 모습, 집뿐만 아니라 좋게 변해가는 에버렛의 모습을 지켜보면 적잖이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좋아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영감을 얻기 좋은 영화. 볼 때마다 푹 빠지게 되는 이 영화는 오랫동안 계속 꺼내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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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눈에 보이는 집안일들이 붙잡는다.
화장실 얼룩들을 지우고 책을 바르게 꽂고, 먼지를 닦아내는 일들, 수건을 접고 빨래를 널어놓는 것들 모두. 엄마가 생각났다. 매주 대청소를 하는 엄마. 계절이 바뀌기 전에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부지런함. 매일의 끼니를 고민하고 정성껏 차리는 엄마가 또 대단해지는 순간이었다. 빠르고 부지런한 엄마 옆에서 나는 엄마의 말을 거스르는 지지리 말도 안 듣는 딸이었는데. 엄마 만세 만세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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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랑 같이 마트에 갔다.
장도 볼 겸 사과도 살 겸 밖으로 나갔다. 과자, 음료수, 고구마랑 사과, 만두를 담았다. 그리고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를 신나게 뜯었다. 내일부터 며칠간 통영에 가게 돼서 따뜻한 밥을 차려줄 법도 한데... 불량주부는 외식을 하지요.. 나의 아저씨 4화를 보고 일기를 쓰는 밤. 남편은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오고 나는 동률님 노래를 벗 삼아 하루를 기록하고 있다. 겨울이랑 잘 어울리는 동률님, 노래 너무 좋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