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11월 19일 화요일,
밤 12시부터 본격적인 내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방에서 자고 거실을 점령한 이숭이는 혼자서 끄적끄적이고 있다. 밤에 마신 쿠크다스라떼 때문인지 속이 울렁울렁거리는 새벽이었지만,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아있다. ‘사랑한다 말해도’ 노래 한 곡을 계속 반복해서 듣는다. 새벽이랑도 잘 어울리는구만.
.
배웅을 했다.
퇴근하고 오면 집엔 내가 없겠다며 찡찡찡, 보고 싶을 거라며 찡찡찡. 하지만 현실은 웃고 있을 남편이라며 하하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입꼬리가 올라갈 거라며 놀리고는 둘 다 신나게 웃는다. 내가 없는 동안 이 집을 잘 지켜주시오.
.
이불속으로 홀랑 들어갔다.
알람을 맞춰놓고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시원하게 자고 일어났다. 그제야 짐도 챙기고 옷도 두껍게 여러 벌을 껴입었다. 12시 반 버스를 탔다. 앞으로 두 시간을 달려가야 하니까 나는 다시 눈을 붙여 볼 생각이었다. 렛츠고, 통영.
.
부지런히 달려왔다.
창밖엔 내가 아는 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쉴 새 없이 헤드뱅잉을 했는지 목이 아프다. 내리기 전에 거울을 보며 꽃단장을 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아주 잘 잔 것 같다. 머리도 빗어야지.
.
늘 터미널로 데리러 오는 부모님.
오늘은 엄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집, 우리 공간에 들어선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었다. 전복 미역국이랑 밥, 반찬을 꺼내서 차려주는 오늘의 밥상. 역시 집밥이 최고다. 평소라면 금세 비웠을 밥공기였지만, 별의별 수다를 떨었더니 꽤 오랫동안 밥을 먹었다. 그때가 오후 2시 반. 곧 아빠를 만났고, 4시 반쯤에 저녁 준비를 하는 엄마. 된장찌개, 쌈, 방어 구어로 밥을 먹고 치운 시간은 다섯 시 반. 그렇다. 밥시간이 유난히 빨라진 걸 보니 내가 통영에 왔구나. 엄마 아빠는 역시 빠르다는 걸 느꼈다.
.
동네 이웃을 만났다.
우리는 크게 고민할 새도 없이 닭발집으로 향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맥주. 각자의 잔에 가득 따라서 짠-을 했다. 사는 얘기, 직장 얘기, 운동 얘기 등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나왔다. 이대로 들어가기는 아쉬워 2차를 가는 우리. 반건조 오징어랑 쥐포를 뜯으며 그림 얘기, 일 얘기, 결혼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장단을 맞췄다. 내가 노는 동안에 남편은 목공놀이를 했다고 한다. 타카 심이 부족해서 다 끝내지 못하고 집에 와서 만두를 구워 먹었다고 하던데.. 침대 내 자리를 점령했을 모습이 상상돼 웃음이 나온다. 며칠만 참으면 이숭이 숭숭 달려갑니다. 굿나잇.
_

작가의 이전글20191118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