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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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화요일,
목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목에 힘을 쓸 수가 없어서 끙끙거리며 겨우 일어났는데.. 물리치료랑 약 덕분에 덜 찡그리는 이숭이였다. 오늘 내 일정이라도 꿰뚫고 있는 듯 꽤 괜찮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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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바쁘다.
그림 수정에 청소를 하고, 수업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고, 갑자기 크리스마스 맞이 준비를 했다. 창고에 있는 작고 귀여운 트리랑 루돌프 인형을 꺼냈다. 전구를 칭칭 감고는 거실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올려둔다. 한동안 반짝반짝거릴 우리집 트리. 빨강 초록색만 봐도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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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이를 타고 중구로 향했다.
운전하기 전에 조용히 ‘안전운전’을 외치는 나만의 주문. 내가 믿고 의지할 곳은 내비게이션의 언니야 말씀뿐이다. 곧 퇴근시간이라 살짝 긴장을 했지만, 언니야가 시키는 대로 쭈욱 달렸다. 근처에서 헤매긴 했지만 잘 도착했다. 수업 덕분에 대구 시내를 운전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는 이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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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숭이 손글씨 클래스 D-day.
한 달 전에 했었던 손글씨 수업을 오늘 다시 열었다. 대구 동구 관광두레 주민 사업체 중에서 옻골마을과 업사이클링 도자기팀을 만났던 시간. 마주 보며 앉아서 자기소개를 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손글씨’의 의미, 손글씨를 쓰게 된 계기 등 궁금한 점을 자주 질문해주셔서 끊김 없이 잘 이어나갈 수 있었다. 갑자기 빵 파티가 열리기도 한 정겨운 클래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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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가 다양한 편이라서 수업방식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존중하는 모습,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자세, 순간에 몰입하는 모습, 일상에서 적용할 방법을 찾는 것까지 곳곳에 배움이 있다. 줄을 긋고 내 글씨를 써보고, 눈코입을 그려보고 자르고 붙이는 활동까지 넓혀가는데 ‘힐링이 된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이 전해진 것 같아서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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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수업이 끝나고 PD님이랑 나왔다.
근처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하려고 걸어가고 있는데 저 멀리 남편이 서있다. 오늘도 서프라이즈로 온 남편을 보자마자 눈이 똥그래진다. 저녁도 안 먹고 지하철 타고 오다니.. 카페에 가서 얼른 빵 하나를 먹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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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 수업이든 마켓이든 어디든 다녀오면 그날의 분위기에 흠뻑 빠지고 만다. 그날에 느꼈던 감정, 생각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한 글자라도 더 남겨보고 사진도 다시 보고 하루를 되돌아보려 하는 편이다. 손글씨를 쓰기 시작하면서 놀랍고 신기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감사한 사람들, 감사한 일들, 그저 감사한 모든 것들. 오래오래 기억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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