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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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수요일,
감사일기, 일기를 쓰고 누운 시간 1시 40분.
커피 두 잔 때문인지, 수업을 다녀온 후에 붙잡는 생각의 꼬리 때문인지 꽤 똘망똘망한 눈빛이었다. 모든 불을 다 끄고 어둠을 맞이하는 새벽. 잔잔하고 고요하게 꿈나라로 떠난다. 눈을 떴을 때 방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남편 안경다리를 보고 놀랬다. 내 추측으로는 남편 엉덩이가 부순 것 같은데.. 본드를 챙기고 다리 한쪽만 귀에 걸고 떠난 남편을 배웅하는 아침이었다. 그것 마저도 웃긴 시트콤 같은 우리 모습이었다. 웃고 있지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돈 잡아먹는 귀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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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더 목 상태가 좋아졌다.
목을 돌릴 때면 여전히 삐걱거리고 아프지만 손을 짚지 않고 일어날 수 있어서, 두리번거릴 때도 힘을 들이지 않고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바른 자세를 잘 유지해보자 이숭이야. 곧 점심시간이 찾아와서 빨래를 돌리는 동안 밥을 차렸다. 오늘의 영화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봤다가 휴 그랜트의 젊은 시절을 보게 됐다. 나의 사랑 너의 사랑 휴 그랜트. 만인의 사랑 그가 바람둥이로 나오다니.. 이번 영화만큼은 콜린 퍼스로 눈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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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추어탕이랑 찐만두.
요즘 만두 킬러인 남편과 만두에 빠져드는 이숭이는 오늘도 만두 봉지를 뜯었다. 간장소스를 만들고 냄비에 7분간 찐다. 바삭바삭 군만두를 좋아하지만 기름 냄새도 없고 기름이 튀지 않아서 좋은 찐만두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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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겹을 껴입고 밖으로 나왔다.
장갑까지 끼고 동네를 크게 돌았다. 안경점으로 가서 남편 안경테를, 나는 안경알을 바꿨다. 최근에 눈이 시릴 만큼 폰이나 화면을 오래 본 적이 있어 블루라이트를 차단해주는 렌즈를 샀고, 남편은 섹시한 호피무늬 안경테로 정했다. 렌즈가 깨끗해서 그런지 세상이 더 밝아 보이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엔 과일가게에 들러 밀감 한 봉지를 샀다. 로또도 4천 원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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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6화를 보면서 과일을 먹는다.
그 자리에서 밀감 열개를 까먹고 샤인 머스켓 한 송이를 뚝딱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저녁밥을 먹고 드라마 한 편을 보거나 장을 함께 보러 간다. 무언가를 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저녁과 밤. 오늘도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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