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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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목요일,
부스스한 모습으로 거실을 점령했다.
사과 두 조각, 사과즙 하나를 마시고는 영화 ‘워크 투 리멤버’를 봤다. 풋풋한 사랑 영화라 가볍게 보기 좋지만, 그 안에서도 생각할 거리들은 많았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내가 달라지고 내 주변이 달라지고 인생이 달리지는 경험을 해 봤기에 충분히 공감했다. 오늘도 혼자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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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길었던 그림 작업을 마쳤다.
무사히 끝냈고 안도의 한숨을 쉬어본다. 그러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동물 극장’ 게임.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서 한동안 시들했던 ‘동물 온천’ 대신에 새로운 버전 게임으로 바통터치를 했다. 뭐야 뭐야. 이거 왜 이리 귀여운 거야. 손목이랑 목 보호해야 하는데 다시 빠져들 게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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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서 게임을 켰다.
졸음이 쏟아져서 광고를 반복적으로 눌러서 아이템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극장 음식들은 수백 개가 되었다. 광고가 짧게는 5초, 길게는 30초까지 있는데 한번 클릭해놓고 영상이 돌아가는 동안에 눈을 붙인다. 그러다 잠이 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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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반에 밥을 안쳤다.
저녁 메뉴는 제육볶음. 앞다리살에 양념이 배이도록 재워둔다. 통마늘, 양파, 당근, 팽이버섯을 넣고 매콤 달콤하게 고기를 구웠다. 이제 슬슬 구워보려 하는데 남편이 벌써 왔다. 깻잎쌈, 매실이랑 김치까지 꺼내서 우걱우걱 정신없이 먹는 우리. 파는 것보다 맛있다고 말해줘서 나도 동백이처럼 두루치기를 팔아볼까 아주 잠시 생각만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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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보는 ‘나의 아저씨’ 7화.
드라마를 보다가 서로의 특기가 뭔지 물어봤는데, 내 특기는 ‘치대기’란다. 오메. 남편의 특기는 성대모사, 소주 콸콸콸 소리 내기, 자 대고 긋기 등등. 관찰해서 말한 특기들이 재미있어서 웃고 말았다. 어느새 둘 다 담요를 돌돌 말아서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핸드크림을 많이 발랐던 탓에 냄새가 배일 것 같아서 남편한테 밀감을 넘겼다.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손 끝 노래지도록 까먹는 밀감의 계절.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려온 동률님 콘서트가 바로 내일이라니. 요즘 계속 듣고 있는 동률님 노래들. 오 나의 동률님. 잠들기 전에 동물 극장 게임 좀 하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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