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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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월요일,
남편이 일어나는 소리에 눈을 뜬다.
요령이 생겼는지 목에 힘을 주지 않고 옆으로 몸을 돌린다. 다리, 엉덩이 순으로 땅으로 내려와 두 팔을 침대를 짚고 일어선다. 오늘이면 괜찮을 줄 알았던 목은 여전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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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누워있다가 오후에는 병원에 가기로 했다.
뒷목이 아프면서 알게 된 목의 소중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면 즙을 마실 때도 목을 뒤로 젖혀서 시원하게 마실 수가 없다. 가끔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습관이 있는지 좌우로 목을 돌릴 수가 없다. 물건이 떨어져도 땅을 보고 주울 수가 없다. 그중에서 제일 힘든 건 누웠다 일어날 때 목 힘을 쓸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힘을 줬다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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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병원.
분명히 엑스레이를 찍어볼 텐데 혹시나 모를 일이 나를 무섭게 했다. 불안하게 했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 입에서는 ‘목디스크’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베개 높이를 낮추고 바른 자세로 있으라는 충고를 듣고 물리치료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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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뜨끈한 핫팩을 밑에 깔고 목 주변을 데웠다. 아픈데 잠이 오는 거 보니 따뜻한 게 좋은가보다. 전기로 지지직 치료를 받고 집에 가려는데 나를 부른다. 견인하셔야 한다고. ‘견인’. 내가 아는 견인은 자동차 견인 밖에 없는데.. 누워서 허리, 목이랑 턱에 기계를 끼웠다. 그리고 턱이랑 목을 일정 시간 동안 주욱 잡아당긴다. 목이 부러질 것 같았지만 알람이 울릴 때까지 참아본다. 집에 와서 알아보니 목디스크나 거북목 치료에 좋은 기계라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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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잡곡밥, 김치찌개, 찐만두.
밑반찬이 있어서 풍족해진 오늘 밥상에 새우만두가 위풍당당하게 등장했다. 남편은 고추냉이 소스를 찍어 먹고 나는 간장소스를 찍어 먹는다. 밀감, 치토스는 오늘의 후식. ‘나의 아저씨’ 5화를 보고 나서 일기를 쓰는 동안 남편은 잠이 들었다. 구내염과 감기로 유난히 지쳐 보이더니 결국은 KO. 나는 목이 아프고.. 우리 왜 이러나. 내일 손글씨 수업 잘하고 오려면 컨디션 좋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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