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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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 밤에 좀 일찍 이불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편이다. 생각보다 쉽진 않지만 어제는 10시에 누웠다. 나는 하루키 책을 읽고 남편은 목공꿈나무 설계도를 그린다. 그러다 집중력이 똑 떨어지면 나는 동물 극장 게임을, 남편은 유튜브를 보고 있다. 머리가 닿았으니 잠드는 건 시간문제. 그렇다. 나는 바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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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영하권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손발이 차가운 남편이라 좀 더 따뜻하게 입으라고 말해주고는 출근 준비를 도왔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고구마, 달걀 두 개, 아삭아삭 사과를 챙겨주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빠빠이 인사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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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운동을 빼먹는 이숭이.
담 때문에 빠진 이후로 불량학생이 되었다. 오늘도 늦잠을 자고 일어나 동률님 노래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 먹은 짜파게티가 또 생각나 냄비에 물을 넣고 끓인다. 설거지가 귀찮아 양파도 안 볶고, 그릇에 옮겨 담지도 않고 냄비채로 먹는다. 역시 맛있는 건, 재미있는 건, 좋은 건 여러 번 만나야 하나보다. 질릴 때까지 계속하는 스타일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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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을 틀었다.
20분쯤 봤나, 뒷 내용도 궁금하고 끝까지 보고 싶은데 식곤증을 이길 수가 없었다. 중지를 해놓고 소파에 앉아서 잠깐 눈을 붙였다.(누워서 잠을 자지 않겠다는 의지!) 분명 머리를 벽 쪽에 기대고 잤는데 헤드뱅잉을 했는지 목이 부러질 듯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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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걸어가 누워버렸다.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를 만큼 자고 있었다. 눈을 뜬 건 4시 반쯤. 집에서 콕 있을 줄 알았는데 부랴부랴 서류를 들고 우체국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귀찮아서 뒹굴뒹굴거렸는데, 덕분에 외출을 하고 동네 골목을 걸어 다녔다. 돌아오는 길에는 마트에 들러 대패삼겹살, 알배추, 마늘을 샀다. 엄마랑 잠깐 통화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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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대패삼겹살 구이, 데친 굴과 쌈채소들.
마늘이랑 버섯을 따로 굽고 대패삼겹살을 노릇노릇하게 구웠다. 엄마표 김장김치를 쭈욱 길게 썰어 그릇에 담고 깻잎이랑 알배추도 차렸다. 밖에 다녀왔기 때문에 먹음직스러운 밥상이 완성됐다. 사이다 한 잔까지 드링킹했더니 배부르고 맛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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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냄새를 빼려고 문이란 문을 활짝 열어놨다.
방에 있던 남편이 나오자마자 추워서 깜짝 놀라고 만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기름 냄새가 더 싫은가 보다. 한참을 춥게 있다가 돌아온 따뜻한 집. 그리고 오늘도 우리는 드라마를 본다. ‘나의 아저씨’ 9화. 다 보고 나서 다시 흘러나오는 동률님 노래들. 오 나의 동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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