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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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목요일,
약골 두 사람.
나는 목을 못 가눌 정도로 힘들었던 무시무시한 담쟁이를 탈출했지만 구내염을 달고 살고, 남편은 등에 스팸햄 같은 부항자국을 가지고 있는 담쟁이였다. 거기서 맹맹한 코감기에 애교 콧소리 추가. 삼십 대가 되니 아픈 데가 많아진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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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일기 적기 귀찮아서 후다다닥 써야지.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영화를 보다가 딴짓이 하고 싶어져 컴퓨터를 붙잡는다. 그러다 갑자기 택배가 도착했다. 지인이 보낸 제주도 귤 10kg. 지인의 지인이 귀농해서 열게 된 귤 가게. 상자를 열어보니 진하고 쨍한 주황빛 귤들이 오밀조밀 들어있다. 귀여운 스티커까지 득템. 겨울철 밀감 까먹는 걸 좋아해서 사진 몇 개만 찍고 바로 입으로 들어가는 주황이들. 구내염 때문에 시고 맵고 아픈 맛이 느껴져 아프지만, 새콤달콤 맛도 좋고 우리를 생각해주는 마음도 예쁜 주황빛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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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남편이랑 마트로 갔다.
유난히 빠듯한 생활비를 가지고 있지만, 과자를 고르는 결단력과 행동력은 최고. 배고픈 시간에 음식 코너를 돌아다녀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가 낯선 건 왜일까. 의외의 모습에 신기해하며, 야채가게에 갔다가 햄버거를 먹는다. 전자기기 코너에서 노트북 구경에 눈이 빙글빙글거린다. 짐 정리를 하다가 문득 생각난 맥주의 행방. 지난번에 캔맥주 묶음을 샀는데 집에 들고 온 기억이 없다. 영수증엔 찍혀있고 집엔 없는 미스터리. 어디에 있을까. 제일 유력한 건 부릉이 트렁크인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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