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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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금요일,
알람이 울린다.
평소처럼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 남편과 그 옆에서 이것저것 챙기는 이숭이. 보통날이었다. 전주로 출장을 가는 남편은 커피를 가져갈 거라고 한다. 물을 끓이고 얼음을 텀블러에 넣고 커피를 내렸는데 얼음이 없다? 아이스커피인데 왜 얼음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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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자고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인다.
오후 2시부터 저녁 준비를 했다. 아? 4명이서 먹을 음식을 위해 재료 손질을 하고 수납장에 있던 그릇들도 총출동을 한다. 오리고기를 양념에 재우고 팥 삶기, 야채 손질, 소고기 미역국 끓이기, 쌈채소랑 나물, 밑반찬 차리기 등등. 팥을 삶은 첫 물은 독성이 나오기 때문에 버려야 한다고 했다. 물을 버리다 팥을 흘릴 것 같아 체를 준비하는 사이에 놓치고 말았다.. 아뿔싸. 삶던 팥 2/3를 떠나보내는 바람에.. 다시 1시간을 불리고 다시 삶기 시작. 팥의 늪에 빠진 것 같은데...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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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쯤 오신다던 시부모님은 바쁘셔서 두 시간이 지나서야 오셨다. 앉지도 않고 오매불망 기다리는 이숭이. 주문한 떡도 도착하고 남편도 곧 집에 왔다. 가방을 던져놓고 부엌으로 바로 투입해서 고기를 굽는다. 일찍 준비한 덕분에 나의 시나리오대로 잘 흘러갔다. 물 양이 걱정되던 밤팥찰밥도 이 정도면 괜찮고, 미역국도 다 오케이. 촛불 앞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함께 막걸리 건배를 한다. 올해도, 내년도 잘 지내보자는 말씀과 함께. 우리는 아버님께 그라인더를 드리고 나는 생일 용돈을 받았다. 어머님은 햅쌀 한 포대와 달걀 두 판을 주시고, 우리는 떡이랑 반찬들, 막걸리, 묵은쌀을 드렸다. 주거니 받거니 정겨운 현장이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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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고 동네 산책을 했다.
폰도 없고 돈도 없고 프리한 상태. 그러다 커피가 생각나서 집에 와서 짐만 몇 개 챙겨 나온다. 설거지는 몰라 몰라. 일단 커피부터 마셔야지. 스타벅스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마시는 우리. 고생했다고 우쭈쭈해주는 남편 덕분에 피로가 싹 풀린다. 글씨도 쓰고 책도 읽고 수다도 떨었다가 11시에 집으로 돌아왔다. 씻는 사이에 대신 설거지를 하는 남편 덕분에 편하게 정리를 끝냈다. 짝짝짝. 잠들기 싫은 금요일 밤, 평화로운 지금, 주말엔 뭐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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