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12월 14일 토요일,
오랜만에 느껴보는 밤 커피의 위험성.
밤늦게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더라니.. 새벽 1시에 누웠지만 두 시간 정도 잤나..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다 보면 남편도 옆에서 계속 꿈틀꿈틀 잠을 깨곤 했다. 문제는 잠을 못 잘 정도로 다리가 아파서 진통제를 먹었는데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통증을 느꼈다. 문제는 아침이 되어서도 잠을 못 잤다. 하. 잠 하나로 피폐해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
목공꿈나무 활동을 시작한 남편은 목공방으로 들어갔다.
나무판 여러 개를 사포질 한 다음에 진한 나무 색깔 물감(스테인)을 얇게 펴 발랐다. 오늘도 그 옆에서 뾱뾱이를 터뜨리며 남편을 구경하고 인절미 떡을 먹는 이숭이. 스테인 작업을 보니까 예전에 소파를 만들던 날이 기억났다. 유튜브를 보면서 공부하고 혼자서 뚝딱뚝딱 만드는 그 모습이 마냥 신기하고 멋있다. 이번에는 어떤 작품이 완성될지 궁금해졌다.
.
12시쯤 밖으로 나왔다.
레몬 케이크를 먹으러 카페에 가려다가 행선지를 바꿨다. 추천받았던 바지락 칼국수 가게로 렛츠고.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웨이팅까지 있는 곳. 대야만 한 큰 그릇에 나온 바지락 칼국수, 갓 만든 듯한 겉절이가 전부인데도 맛있다. 둘이서 호로록호로록 먹다가 사발째로 들이킨다.
.
중고서점에 들렀다.
혹시나 오랫동안 머무를까 봐 후다닥 구경을 하고 나오기로 한다. 각자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한참을 놀다가 카페로 간다. 최근에 장소를 옮기고 새롭게 오픈한 웨이투고 카페. 비록 레몬 케이크는 못 먹었지만 여기서 꼭 먹어야 할 ‘바노피파이’가 우리를 반긴다. 햇살이 커튼 사이로 잔잔하게 들어오는 자리에 앉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잘 어울리는 달달하고 꾸덕한 파이가 중독될 정도로 맛있어서 모래놀이를 하듯 포크로 살짝살짝 파먹는다. 그러다 각자 책도 읽고 낙서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다정한 시간들이었다.
.
커피 한 잔을 더 마시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집에 갔다가 다시 나왔다. 결론은 커피는 안 마시고 대리점에 가서 노트북을 사고, 어묵을 사 먹고 왔다. 느려터진 와이파이, 안 잡히는 블루투스, 영화를 보려면 인내심이 필요한, 충전기 없이는 돌아가지도 않는 수명을 다 한 우리집 노트북을 보내줘야 할 때가 왔다. 큰 지출이니까 신중하게 고르고 알아보다가 드디어 결정한 LG 그램. 이 기쁨을 집에 가서 밀감 파티를 열어야지.
.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3화를 본다.
오늘도 우리 앞에 밀감 껍질 언덕을 만들어 놓고, 썬칩으로 마무리를 했다. 지금은 또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처럼 여유롭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실컷 웃고 즐거웠던 하루였다. 내일 일요일 하루가 더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토요일 밤. 어제 못 잔 잠을 오늘은 부디 딥슬립 나라로 떠나기를. 굿나잇, 그리고 스마일.

작가의 이전글20191213 이숭이의 하루